늙막입니다!!!!
첫 비행의 추억
첫 비행이 하얼빈이었다는 건 기억난다.
trainee 라는 명찰을 떼고,
“잘 모르겠습니다.“ 가 더는 통하지 않는 시간이 시작됐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날의 기내, 승객, 서비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정신없이, 무사히,
‘끝났다’는 느낌만 남았다.
그로부터 몇일 뒤,
첫 장거리 비행은 선명하다.
런던이었고 나는 중간 갤리 막내이자
이 비행의 완전한 똥막내.. ㅎㅎ
그게 그룹 비행이었다는 걸
나는 런던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 그룹비행이라구요??“
서비스는 엉망이었다.
한손에 잡히지도 않는 뚱뚱한 캔 오렌지 주스를 따르다
질질질 흘리고,
손은 덜덜덜 떨리고..
아니, 먼저 떨리고 나중에 흘렸나?
그때 앞에서 서포트해 주시던 선배님이
“괜찮아, 괜찮아 그럴수 있어...“
냅킨을 건내 주시던 조선배님.
그 한마디로 내 마음은 조금 평화로워졌다.
막내 전담 듀티였던 레바토리 체크.
크루밀도 못먹고,
나는 왜 이럴까 라는 자책감에
화장실 앞에 서서 멍하니 서있던 나.
그걸 본 송선배님이 다가와
“식사 하고 오세요. 내가 레바 볼게.”
“네 선배님? 괜찮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
열네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갔다.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런던에 도착해서는
스콘도 사주시고,
런던브리지도 함께 구경했다.
그 맛이 어땠는지,
그 풍경이 어땠는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직도 선명한 건,
실수 연발하는 나에게
따뜻하게 웃어주던 선배들의 얼굴.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분들은 아직도 내게 따듯한 선배님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린 웃으며 반갑게 인사한다.
“야, 네가 시니어 된 게 진짜 어색하다야~!”
그렇게 말해주는 그 순간,
나는 다시 그 비행기의 막내가 된다.
“네~ 늙막입니다! 늙은 막내요~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