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던 그녀. 그녀를 폭로합니다.
그 선배는
그룹을 해봐야 아는 사람이었다.
(아시아나의 조직체계는
팀>파트>그룹으로 세분화 되어 있었다.
각 그룹은 적으면 열두세명 많으면 열댓명 정도였다.)
처음 단거리 비행 몇 번 할 때까지만 해도
그냥 조금 예민한 사람인가? 정도였다.
사실 그때까진 몰랐다.
‘그녀가 블랙이라는 걸.’
(우리끼리는 평범하지 않은 선배를
‘블랙’이라고 불렀다.)
근데 문제는…
같은 그룹이 된 그 순간부터였다.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하루는 그룹 비행을 뺀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인가?
그 이후로 그 여자는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그 사람은
그룹장이라는 직함 아래,
나를 아주
확실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비행 중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어디 다녀오셨어요?”
“갤리 안 지켜요? “
(아니 내가 갤리를 비운 것도 아니고
다른 승무원들도 있는데.. )
손님 짐이 너무 엉켜 있어서
오버헤드빈 정리를 하면,
갑자기 뒤에서 뒤통수를 치듯 들리는 소리.
“손님 짐은 왜 건드리세요?”
그녀에게
나는 모든 걸 모르고
일도 못하는 승무원이
되어있었다.
뭘 해도.
어떻게 해도.
틀렸고, 잘못했고, 실수한 사람은 무조건 나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나를 깎아내리고,
내 자존감을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제정신이세요?”
“이것도 몰라요?”
“기본이 안 돼있네.”
“정신 차려요. 시니어 맞아요?
십 년 넘게 비행한 거 맞냐고요?“
내 앞에서 그녀는 늘 꽥꽥 소리를 질렀다.
그 말들이 너무 뾰족해
귀를 찌르고, 가슴을 찌르고, 머리를 찔렀다.
그러던 중 그해에 나는
창립기념 우수 승무원 상을 받게 됐다.
(이 상은 정말 귀하다. 인사고과에 등록되고 호봉도 올라가는 큰 상이다. 비행 점수를 바탕으로 파트장님과 팀장님 추천을 통해 인사팀에서 평가해 상을 받게 된다.)
얼마 후 비행에서
그녀는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상 받으셨어요?”
“파트장님이랑… 팀장님이랑… 친해요? “
그 여자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비아냥 대기 시작했다.
진짜… 숨이 막혔다.
그녀는 내가 상 받은 것도 못 참았다.
축하해 줄거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또 한 번 나를 깎아내릴 기회로 삼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이 사람은 내가 잘돼도 싫고,
못돼도 싫고, 그냥 존재 자체가 싫은 거구나.’
한 번, 두 번, 세 번.
쌓이고 쌓이니 어느 순간은
“내가 진짜 잘못된 사람인가…?”
“내가 정말 문제인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비행 내내
갤리 안에서 숨도 크게 못 쉬고,
손님 서비스 하면서도
자꾸 그 여자 눈치를 보게 됐다.
머릿속엔 단 하나의 문장만 계속 맴돌았다.
“매니저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알겠다.
그냥…
그 선배의 인생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 시기의 그녀는
나를 스트레스 해소용 쓰레기통으로 썼던 것이다.
한마디로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때 진짜…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었다.
진짜… 너무너무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딱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강하게
내 마음속에 올라온 다짐.
‘저따위 인간 때문에
내 평생 꿈이었던 비행을 포기할 순 없다.’
‘너는 네가 나약해서 꽥꽥 소리를 지르고,
남을 깎아내리고, 누르고, 짓밟아야 살 수 있지만…’
‘나는 강하니까.
나는 담대하고 차분하게 이겨낸다.
나는 너보다 훨씬 더 괜찮은 선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난
그날도 비행을 했다.
그다음 날도 비행을 했다.
지금까지도 난 비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때의 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잘 견뎌줘서 고마워.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네가 생각한 것보다 넌 훨씬 더 강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비행중이다.
더 강하게. 더 단단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