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

순간의 소중함

by Marie Kim



출근하거나 퇴근할 때,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민들과 자주 마주친다.

유니폼을 입은 나를 보면

한두 마디씩 말을 걸어주신다.


그 짧은 순간들이

가끔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하나.


비행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노신사분과 마주쳤다.


그분이 물으셨다.

“오늘은 어디 갔다 오셨어요?”


나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

“어… 오늘이요? 음… 어디였더라…”


진짜 생각이 안 났다.

그날 다녀온 곳이.

노신사분은 고개를 갸웃하셨고

결국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내리셨다.


정말이에요, 진짜 기억이 안 났다구요.

(실제로 오늘 어디 가는지 어디서 왔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건 전 세계 승무원들의 아주 오랜 고질병이다

ㅠㅠ)



둘.


젊은 남자분이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 있었다.

나는 뒤늦게 탔고,

조용한 정적이 몇 초 흘렀다.


그분은 갑자기 결심한 듯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을 놓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시면 됩니다~”


“아, 아시아나 유니폼 보이길래…

용기 내서 여쭤봤어요.”


괜찮습니다. 뭐든 물어보세요.

비행 외의 질문에

어차피 대답은 하나예요.

‘1588-8000번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세요^^’



셋.


엘리베이터 안.

어떤 아주머니가 내 옆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다.

나는 괜히 숨이 막혔다.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입을 여셨다.


“아시아나 유니폼인가 봐요?”


“네!”


“너무 예쁘네요.”


“헉… 아… 감사합니다ㅠㅠ”


반전의 따뜻함.

아주머니, 감사합니다.

저희 유니폼… 저도 예쁘다고 생각해요. :)



넷.


엄마 손을 잡은 아이가

엄마 뒤에 숨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엄마 몰래,

아이와 나는 조용히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짧지만 따뜻했던 눈빛.

그 아이의 엷은 미소가 너무 고마웠다.



다섯.


장거리 퇴근길.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그 안에 ‘큰집 언니’가 먼저 타 있었다.

(대한항공 유니폼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아파트에 큰집 언니도 사는구나!’


입이 근질근질하던 나는

결국 먼저 말을 걸었다.

“멀리 다녀오셨나 봐요?”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


나는 내리며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녀도 나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했다.



다음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해야지, 생각했지만

그 후로 그녀를 다시 마주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라는

좁고 낯선 공간에서

뜻밖의 미소와 인사를 나누던 순간들.


누구는 무심하게 탑승하고 내리지만,

가끔은 하루의 피로를 녹이는

따뜻한 30초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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