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사람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전 회사 동료이자 한때 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만 1년을 조금 남짓 더 일하고 그만뒀다. 점심시간이면 사내 식당을 벗어나 같이 스타벅스를 가고 산책을 한 것만 수십 번은 될 듯한 가장 의지하고 좋아하는 동료라, 끝내 이직에 성공한 그녀를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아쉽고 슬픈 마음이 굉장히 컸다.
근 1년 반 만에 만난 그녀는 여전히 싱그러웠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는데도 별다른 어색함이 없었다. 그저 그간 있었던 최신의 몇 가지 소식을 공유한 뒤 우리는 전처럼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제 만남의 가장 큰 반전은 미쳐 몰랐던 그녀의 색다른 매력이었다. 대학 졸업반 시절의 그녀는 IR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고, 따로 공개 채용 과정이 없고 자리가 비면 추천을 받아 하나 둘 사람을 채워가는 IR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동아리 선배들과 거진 매일 안암에서 여의도를 드나들며 밤새 증권사 선배들과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녀가 음주나 술자리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놀라웠다. 그때는 그 일이 너무 하고 싶었고 증권사에서 일하는 선배들에게 잘 보여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모두 참았다고 한다.
그녀는 스물둘, 스물셋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지만, 난 과거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녀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술과 맞지 않는 사람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견디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 역시 잘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일지라도 꿈, 어찌 보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참아내었다는 점이 참 멋지다. 나는 사실 아직 그토록 무언가를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다. 내게도 절실한 목표가 생긴다면 정말 독기를 품고 도전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