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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Mar 18. 2021

2021.03.18. 오후 1시 30분

노동의 가치는 무엇일까

요즘은 누가 어떻게 돈 벌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몇 년 전에는 비트코인으로 누가 몇 억을 벌었니 몇 백억을 벌었니 하며 세간이 떠들썩해졌었다. 심지어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방송도 나오고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방송이 편성되었었다. 비트코인의 폭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한동안 소식이 뜸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가격이 급상승했나보다. 뿐만 아니라 유투버들의 연간 수익, 연예인들의 연간 수익까지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하는데 그 액수가 너무 천문학적이라 감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유투버나 연예인들이야 나는 될 수도 없는 시대적 흐름을 잘 탄 벌이가 좋은 직업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집값이 몇 년 사이 몇 배로 오르거나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해 어마어마한 액수를 단숨에 번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 


오늘은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후 첫 거래일이었다. 아홉 시 장 시작 후 몇 분 안에 단숨에 상한가를 찍었다. 임직원들이 평균적으로 배당받은 우리사주가 7500개라는 등, 평균적으로 한 명이 번 돈이 8~9억이라는 등 진짜인지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는 소문이 계속 들린다. 작년 SK바이오팜이 상장하면서 우리사주를 배당받아 몇 억부터 몇 십억까지 수익을 낸 임직원들이 대거 퇴사를 한데 이어 올해 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하다. 공모주 청약에 실패했지만 오늘 아침 2주를 구입해 십여만 원 되는 소소한 이익을 본 걸로도 만족해하고 있었는데 누구는 내가 평생 벌지 못할 돈을 순식간에 벌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씁쓸하기도 하다.


사실 자아실현이고 뭐고 일은 돈 벌려고 한다는 말이 가장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은 내가 그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할 수 있고, 또 잘할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 적성에도 맞는 일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뭐 엄청나게 대단한 고생도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똑같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나 힘들다. 내 밥벌이하려고 일하고 또 열심히 해서 빨리 승진하고 연봉도 올리고 싶은데 열심히 해봤자 서울에 아파트는커녕 전세방 하나 마련도 힘든 현실을 생각하면 사기가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근로의 대가로 버는 돈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더 박탈감이 크게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뭐 투자를 잘하는 것도 능력이고 정보력도 능력이고 운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팔자이니 뭘 어쩌겠나. 


장 전에 2주 조차 못 산 사람들도 많은데 그래도 난 2주라도 받아 십여만 원 벌었으니 이번 주말에는 그 돈으로 맛있는 점심이나 사 먹어야겠다. 그저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었던 걸 탐내봤자 아무것도 안되는데. 잘먹고 잘살자고 일하는거니 운좋게 생긴 용돈은 잘 먹는데 쓰는게 행복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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