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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Mar 19. 2021

2021.03.19. 오후 3시

붕어 수준의집중력

요즘 뭐 드라마 재밌는 거 있어? 어색한 자리에서 늘 나오는 흔한 레퍼토리에 난 아무 답을 하지 못했다. 내 마지막 드라마는 2년 전 '스카이캐슬'이고 그 전은 무려 10년 전 나온 '시크릿 가든'이다. 어릴 적에는 가족끼리 저녁 외식을 하는 날이면 혹여나 드라마 시간보다 늦어질까 봐 조마조마해하고 학원 수업 마치는 시간에 방영하는 '궁'을 단 몇 분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학원 버스에서 내려서부터 아파트까지 뛰어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한때는 드라마 보기를 좋아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후로는 온전히 티브이만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카카오톡으로 수다를 떨 때도 있고 아무 메시지가 없어도 습관적으로 카톡을 열어본다.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뭐 살게 없나 찾기도 하고 주식 시세를 보기도 한다. 그러다 물 마시러 부엌도 왔다 갔다 화장실도 왔다 갔다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정신없이 티비를 보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티비 소리는 그저 아무 소리도 안 나면 어색하니까 그냥 틀어놓는 배경음 같기도 하다. 


이런 습관이 몸에 배어 이제는 40~50분씩 되는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건 너무 지루한 일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할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이 꼼짝없이 앉아서 화면만 봐야 하는 영화관에 가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부담스럽다. 도대체 학교 다닐 때는 이 정도 집중력으로 어떻게 수업을 들었던 건지 새삼 놀랍다. 그러고보면 그때도 하나만 꾸준히 하는걸 지겨워해 1시간마다 과목을 바꿔가며 공부하던 기억이 난다. 


꾸준히 요가를 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하는 이유 중 하나도 나의 이 붕어 같은 집중력 때문이다. 사실 요가를 할 때도 쉴 새 없이 잡생각이 나는데, 선생님의 디렉션과 나의 마음의 잡생각들을 동시에 듣다 보면 나의 이 집중력 문제를 적어도 인지는 할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이 있어야만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동작을 할 때 단 몇 분이라도 집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잡생각을 너무 하다가 흐름을 놓쳐가며 또 한 번 반성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면 된 거지 집중력을 더 올리려고 노력해야 싶다가도 확실히 뭘 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공부를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그리고 운동을 할 때도. 나처럼 태생적으로 게으르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걸 해내는 스피드와 정확성이 생명인데, 우선 특정 시간 외에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며 붕어보다는 좀 더 나은 수준의 몰입을 할 수 있길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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