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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Mar 26. 2021

2021.03.26. 오전10시 40분

더 잘하고 싶은데...

오전 10시 미팅을 막 끝내고 11시 미팅을 기다리는 중이다. 오전 10시에는 꽤나 중요한 미팅이 있었다. 가용할 수 있는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쏟아 자료를 만들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예산에 대한 부분이 제품 최종 확정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동되었고, 함께 자료를 만드는 파트너가 짠 예산이 계산에 들어맞지 않아 소통에 한참을 애먹었다. 


어찌어찌 미팅 10분 전 결국 자료는 다 만들었다.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말해야 좋을지 준비하지 못했다. 안 그래도 문법이 엉망인 내 영어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 더 문법이 엉망이 된다. 문법에 신경을 써서 말하면 연속적으로 말을 못 하고 한국식 억양이 짙어지고, 그저 되는대로 막 말하면 유창성과 발음이 좋아지는 대신 문법이 아주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어쩌다 보니 오늘은 무의식적으로 유창성을 선택하게 되었고 어순이니 전치 사니 과거형이니 이런 모든 것들이 어그러졌다. 한국어로 얘기하는 외국인들이 문장을 정확히 끝맺지도 않고 자기 딴에는 끊임없이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못 알아듣을 때 생각이 났다. 


몇 주 전의 미팅 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생각에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다. 지난 미팅 때에도 미팅 시간 직전까지 자료를 수정하다가 결국 또 엉망진창의 영어로 발표를 마쳤기 때문이다. 시간을 좀 더 투자할걸, 업무시간 외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해서 완벽하게 준비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사실 마음만 더 있었으면 어젯밤에나 오늘 아침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어떤 자료도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정말로 발표 표 직전까지 자료를 고치느라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자료를 훑고 어떤 흐름으로 발표할지 생각해보지 못한 채 발표를 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자료라도 발표자는 당황하게 되고 정제되지 않은 말을 내뱉고 정작 해야 할 말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하물며 모국어인 한국어 발표도 그런 실정인데, 영어 발표를 하며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나 스스로가 너무 화난다. 그렇지만 다음번에도 분명 이런 실수는 계속 반복될 것 같다. 


앞으로는 자료를 만들면서 어떤 순서로 말할지, 어떤 말을 꼭 해야 하고, 강조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언제 누가 무얼 물어보더라도 당황하지 않게, 충분히 연습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오늘을 만회할 수 있는, 영어 정말 늘었네, 성장하고 있네, 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 그때는 정말 잘하고 싶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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