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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 N Apr 01. 2021

2021.04.01.오전 10시30분

행복한 선물

내가 생각하는 카카오톡의 가장 부담스러우면서도 좋은 점은 상대방의 생일을 알려주는 기능이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쭉 같은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보니 연락처에 저장된 사람이 정말 많다. 어떻게 알게 된 사람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인물들도 있고, 상대방의 번호가 바뀌었으나 그대로 번호가 저장되어 있어 전혀 모르는 인물도 있고, 누군지는 알지만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든 연락처가 카카오톡에 그대로 뜨다 보니 내 생일이라고 카카오톡으로 동네방네 알리는 게 너무 민망해 몇 년 전부터 내 프로필은 생일 표시가 안되도록 설정해두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생일을 알 수 있는 점은 꽤나 좋다.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물이라고 하면 고작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는데, 요즘은 상대방이 주소를 입력하면 택배로도 선물을 받아볼 수 있는 기능 덕분에 선물의 폭이 한층 더 다양해져서 너무 좋다. 


3월 초부터 유독 내가 좋아하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의 생일이 많이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만나서 축하해주기가 조심스러운 요즘,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그들의 선물을 고르는 재미가 꽤 있다. 전 회사의 같은 팀 후배에게는 커다란 침실용 아보카도 모양 쿠션을 선물해주었다. 그녀는 정말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귀여운 후배인데, 선물을 고르는 동안 그녀를 생각하면서 또 한 번 기분이 좋아졌다. 선물하기를 하며 그녀와 또 한 번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았고, 그녀가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인증샷을 찍어 보내준 것도 정말 감동이었다. 


그저께는 전 회사 동기의 생일이었다. 그녀는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인데 뭘 좋아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공주풍 원피스 잠옷을 선물했다. 그녀가 잠옷 입기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내가 생각하기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선물했다. 자주 얼굴을 보는 사이가 아님에도 내가 퇴사하던 날 내게 타르트 세트를 사 와서 선물해줘 너무 고맙고 미안했는데, 이렇게라도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오늘은 전 회사의 선임님의 생일이다. 이 맘 때가 생일인 줄은 전혀 몰랐는데 역시 카카오톡 덕분에 알게 되었다. 선임님은 혼자 서울에서 자취를 하시는데 인형 같은 부피가 큰 선물을 하면 자취방에 오히려 짐이 될 것 같고, 카카오톡으로 과일을 선물하기에는 품질이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화장품 회사 다니는 사람에게 화장품을 선물할 수도 없을 노릇이고, 간식도 잘 안 드시는 분이라 먹을거리도 맞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선임님께도 어울릴만한 디자인의 예쁜 잠옷을 선물했다. 


선물을 받는 것도 정말 좋은데, 주는 것도 받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선물을 고르는 동안 상대방의 취향을 생각하고,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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