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오디세이(1/2): 5명의 스승을 넘어서

자기 창조의 정원으로

by 시산

들어가며: 초월 충동이라는 영혼의 엔진

"당신은 왜 한 명의 명상 스승에게 정착하지 못하는가?"


이 질문은 20여 년간 내 영혼을 파고들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방황으로, 집중력 부족으로, 얕음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그것은 초월 충동(Transcendence Drive)이라는 강력한 엔진이었다는 것을. 스승을 뛰어넘고자 하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평을 찾아 나서는 이 충동은 나의 약점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었다.


재미가 없다고 느꼈던 것은 교만해서도 아니고, 더 이상 그 스승에게서 배울 것이 없어서도 아니고, 단지 내 결에게 맞는 것을 다 배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스승을,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이 글은 그 20년 여정의 기록이며, LinkedIn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완성된 문화 간 다리 놓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 기독교 묵상, 방언기도


20250803_1633_Unified Spiritual Practices_simple_compose_01k1qdg5bke0rt40fmkvcp5hdh.png

지금 생각해 보면 기독교의 묵상 기도는 종교적 명상으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또한 기독교의 방언기도 역시 인도의 만트라(mantra)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방언기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말을 주문처럼 계속 반복해서 부르짖는다.


유튜브에서 조용기 목사님의 집회 영상 중 방언 영상을 찾아보면 그 반복적인 소리의 흐름, 의미를 초월한 음성의 진동을 느낄 수 있는데, ‘옴마니 팟메옴’등을 계속 말하는 인도 명상과 매우 비슷하고, 불교의 염불 '나무아미타불'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한국의 개벽 이론을 정립한 남학에서도 ‘음-아-어-이-오’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외우면서 춤추는 오음주 수련을 하고, 증산교 역시도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함리 훔리함리사바하’라는 태을주 주문을 외우고, 동학 역시도 비슷한 주문을 외운다. 요컨대, 한국의 도인 계통이라 할 수 있는 동학-증산-원불교-남학 모두 ‘주문’을 외우는 것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 정도의 공통분모라면 ‘주문을 외운다’는 것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닌 음파를 통한 의식 변성 기술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1막: 종교와 세속의 경계에서 춤추다 - 원정혜 박사

첫 번째 스승: 원정혜 박사

20250803_1538_Serene University Yoga Session_simple_compose_01k1qacfswf289db6ntyt19wpd.png
1998년 대학교 2학년, 교양 요가 수업. 그것이 시작이었다.


원정혜 박사는 1997년 한국에서는 최초로 요가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녀의 요가 수업은 명상으로 시작해서 명상으로 끝이 났다. 중학생 때 검도를 배우며 검도 시작과 마지막에 잠깐 명상을 배웠던 이후로, 제대로 된 세속적 명상을 처음 접했다.


그녀와의 인연도 얕지는 않았다. 마침 숙명여대에서 시행하는 춤 공연에 남자 배우가 필요한데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당시 요가 수업을 같이 들었던 태권도 미국 국가대표 친구와 같이 춤 공연에 남자 배우 3인 중 1인으로 출연하기도 했었다(당시 고시공부를 시작해서 다소 불성실하게 했다가 혼났던 기억도...)


하지만 대학 시절의 이 만남은 일시적이었다. 졸업 후 한동안 명상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다.



제2막: 디지털 명상의 서막 - Headspace의 Andy Puddicombe

두 번째 스승: 대머리 수도승 출신 Andy Puddicombe

20250803_1656_Serene Smartphone Meditation_simple_compose_01k1qettpden6rk8pxwzqftgev.png


시간은 흘러 맥쿼리로 이직한 후, 12년 전의 어느 날.

Headspace 앱이 막 출시된 시점이었다. 티베트에서 10년간 수행한 전직 수도승 Andy Puddicombe가 만든 이 앱은 명상의 민주화를 꿈꿨다.


처음 무료를 쓰다가 유료 구독까지 했다. 그리고 몇 달은 정말 열심히 했다.

그의 부드러운 영국식 억양,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가르침…


하지만 결국 흥미를 잃었다. 왜?

서구화된 명상의 한계 - 깊이를 희생한 대중화

일방향적 가르침 - 상호작용의 부재, 개인화의 한계

표준화의 역설 - 모두를 위한 명상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님

디지털 피로감 - 또 다른 스크린 시간의 추가

Calm 앱도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흘렀다.



제3막: 글로벌 명상 공동체의 가능성 - Carrie Grossman

(1) 세 번째 스승: Insight Timer의 Carrie Grossman (Dayashila)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다시 명상을 찾았다.

이번엔 Insight Timer였다.


전 세계 2천만 명이 사용하는 이 플랫폼의 매력은 다양성이었다. 수천 명의 선생님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명상을 가르쳤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건 Carrie Grossman의 명상 코스였다.


Carrie Grossman은 Kirtan singer이자 작곡가, 작가였다. 그녀의 Ra Ma Da Sa 같은 쿤달리니 요가 전통의 힐링 만트라는 음악과 명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일본에서도 정기적으로 리트리트를 개최하는 국제적인 영적 지도자였다.


유료 회원만 접근할 수 있는 그녀의 특별 코스는 신경과학과 고대 지혜의 융합이었다. 음악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의식 변화의 주요 도구가 되는 혁신적 접근법이었다. 그녀의 라이브 명상도 같이 했다.



(2) World Meditation Deacons (WMD): 첫 번째 글로벌 브릿지

20250803_1717_Global Meditation Connections_simple_compose_01k1qg17eyfrpsma3spxxf2v28.png

이 시기에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정인들을 인터뷰하는 유튜브 프로젝트(WMD)를 시작했다. 나름 야심 찬 기획이었다. 그중 두 번째로 인터뷰한 Manon Schonewille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그녀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기반을 둔 국제적으로 유명한 business mediator이자 negotiator였다. 그리고 그녀의 베스트셀러 『Toolkit Mediation』의 저자이며, 하버드 로스쿨에서 협상 과정을 이수하고, UN Ombudsman office의 Global Mediation Panel에 선정된 분쟁 해결의 대가로 한국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협상을 가르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공시성(synchronicity)이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 알게 되었는데 그녀도 똑같이 Carrie Grossman의 코스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협상, 조정 전문 변호사와 같은 스승의 같은 가르침에 끌렸다는 사실…


이 발견에 흥분한 나는 Carrie Grossman을 찾아봤고, 빙고, 그녀를 찾아서 콜드 DM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연히 별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답변이 왔다!


비록 이모티콘 하나뿐이었고, 정중한 거절의 의미였지만… 그 순간의 연결, 그 작은 인정이 내게는 큰 의미였다.


순환적 패턴: 디지털 플랫폼은 연결을 만들지만, 진정한 전수는 여전히 인간 대 인간의 영역에 있다.

제4막: 소리와 진동의 세계로 - Sonic Yogi와 도교 명상가들

네 번째 스승(들): 음파 치유사들의 교향곡

ㅎㅎㅎㅎ.jpg


Insight Timer에서 다양한 스승들을 만났다:

Sonic Yogi: 사운드 배스와 바이노럴 비트의 마법

도교 명상가들: 내단술과 기공

음악적 도구 명상가들: 싱잉볼, 첼로, 공, 차임의 진동

각각의 스승은 나름의 깊이와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더 이상 나와 맞는 새로운 스승을 찾을 수 없었다. 플랫폼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Insight Timer도 그만두게 되었다.



제5막: 과학과 영성의 통합 - 김주환 교수

다섯 번째 스승: 연세대 김주환 교수

Untitled 14.jpg

(1) 위기의 시작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스텐트 시술 및 재활 후 코로나가 찾아왔다. 재택근무 중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코로나의 부작용으로 찾아온 것은 생산적 불면증이었다.


잠은 오지 않는데, 머릿속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샘솟았다. 누워있다가 계속 일어나서 새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곤 했다. 즐거운 불면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엔진이 쉬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고 상상해 보라.

몸이 축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붓글씨 전서체를 시작했고, 회사를 퇴사하는 H와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H가 들려준 이야기:

"제가 아는 스님 중에 변호사님과 비슷한 증상인 분이 있었어요. 생각이 끊이지 않아서, 그분은 생각을 멈추려고 불교로 귀의하고 결국 스님이 되셨어요."

기독교 신자지만 H를 통해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접했다.



(2) 도덕경의 깨달음

그러던 어느 새벽, 잠이 오지 않아 도덕경을 읽고 있었다.

2장을 읽는데, 번개처럼 깨달음이 왔다.

일반적 해석과는 전혀 다른, 나만의 해석이 떠올랐다. 그리고 새벽 3:30 회심의 눈물이 하염없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잘못된 삶을 버리고 바르게 살기로 마음먹었고, 그 후 힘든 삶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하기로 하고, 어쨌든 깨달은 도덕경 해석 내용을 올해 초 브런치에 썼다가 지웠다. 그리고 동양철학 논문으로 쓰려고 몇몇 학회 문을 두드리고, 회비도 납부했지만

돌아온 건 입금한 입회비 환불이었다.



(3) 정신적 시련

회사를 나온 후 링크드인에 글도 많이 쓰고, 세미나 발표, 토론 등 활발한 활동을 했고, 홈페이지도 만들며 나름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내가 시도한 새로운 일은 2022년 기준으로 너무 빨랐다. 오래지 않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배우자는 "사업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그래서 다시 취업을 하려고 했으나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 적당한 자리도 잘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시 로펌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이래 저래 쉽지가 않았다.


정신적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며 몸에서 여러 증상이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다시 불면증이었다.

타트체리도 먹고, 마그네슘도 먹고, 결국 정신과에서 약까지 받았다.



(4) 김주환 교수와의 만남

Untitled 15.jpg

불면증을 극복하려 공부하다가 김주환 교수의 수면 명상 발견했다.


너무 좋아서 그의 모든 유튜브 강의를 들었다. 2시간짜리 강의도 두 번씩 들었고, 『내면소통』 책을 사서 읽으면서 강의도 같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내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김주환 교수는 우리나라 명상계의 국가대표다. 멘탈 코치로서 양궁 선수들을 지도해 올림픽 메달을 많이 따게 했고, 현재 명상 콘서트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접근법은 뇌과학 기반의 마음 근육 이론이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그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지적 지평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기호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공부

세계 철학의 본격적 공부

신경과학의 심화 학습

새로운 철학 스승과의 만남

각주에 나온 각종 원전들의 탐독


『내면소통』은 단순한 명상 책이 아니라 내게는 설계도, 보물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김주환 교수의 스타일도 결국은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었다. 일정 수준 차오르게 되니 명상 전문가를 위한 심화 내용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왔다.


그리고 내 초월 충동이 다시 발동했다. 1년 가까이 김주환 교수와 관련된 모든 것을 확장하며 공부하다가, 결국 나만의 스타일을 찾게 되었다.


나만의 스타일은 다음 주에 이어간다.

Untitled 1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