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발의 기둥

보이지 않는 균형이 하루를 지탱한다

by 오석표

얼마 전, 아내가 오래 신던 운동화를 버리겠다고 했다.
탄천길을 수없이 함께 걸었던 짝.
한쪽 밑창이 꺼져 균형이 맞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신은 몸을 가장 낮은 데서 온전히 떠받친다.
발의 미세한 흔들림을 흡수하고
아스팔트의 거친 결을 대신 맞는다.
낮은 데서 받쳐 주는 것들이 하루를 만든다.


균형이 무너지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사는 일도 같다.
건물의 기둥이 수평과 하중을 나누듯,
우리의 하루도 보이지 않는 지지대 위에 선다.
수면의 리듬, 말의 톤, 식사의 규칙,
그리고 발 아래의 한 켤레.


아내의 운동화를 들고 밑창을 눌러 본다.
가운데가 얇아져 푹신함이 빠져 있었다.
그 신발은 아무 말 없이 오래 버텨 주었고
우리는 그 버팀 덕분에 서둘러 걸을 수 있었다.
지탱은 티가 나지 않고, 고장은 한 번에 드러난다.


새 신발을 고르며 생각한다.
우리 삶에도 교체해야 할 ‘밑창’들이 있다.
낡은 습관, 오래된 핑계, 무심해진 인사.
아쉬워도 감사의 말을 건네고
제때 갈아 신을 용기.


집으로 돌아와 신발끈을 마지막으로 묶는다.
탄천의 바람과 여름의 비, 겨울의 얼음길을 통과한 켤레.
고맙다고, 수고했다는 말을 속으로 전한다.
좋은 신발은 길을 바꾸지 않지만
발걸음의 표정을 바꾼다.


내일 우리는 새 신을 신고 걷기 시작할 것이다.
균형이 맞는 발걸음으로
같은 길에서도 다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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