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김치 도시락과 물로 채운 배

“그날, 나는 왜 도시락을 열지 못했을까..”

by 하람

먼 기억 속 초등학교 저학때의 일이다.

늘 급식을 먹던 내가, 학교 급식실의 문제로 도시락을 싸서 등교한 날이 있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날의 감정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날 아침, 평소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왠일인지 그날은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날이었고,

우리는 각자 도시락을 싸서 등교해야 했다.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도착했다.

뚜껑을 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반찬은 오직 김치 하나.

엄마는 아마 김치를 가장 좋아하는 나를 위해

“이게 최고야”라는 마음으로 담아주셨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열지 못했다.


친구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햄이 들어간 반찬, 달걀말이, 소세지 등을 나누며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땐 부럽지 않으려 했지만,

내 손엔 김치만 담긴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나는 교실을 나와 수돗가로 조용히 걸어갔다.

그리고 수돗물을 마셨다.

몇 모금이고, 또 몇 모금이고…

배가 찰 때까지.


엄마가 싸주신 김치 도시락은

그날 하루, 열리지 못한 채

가방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교 후, 버스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으셨다.

“점심은 맛있게 먹었어?”


나는 말했다.

“응, 오늘 간식이 들어와서 밥은 안 먹었어…“


그 거짓말이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서 꺼내지지 않은 채 아픈 기억으로 깊이 잠들어 있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을 알기에 더 아팠던 기억이 있나요?

그 따뜻함이 때로는 더 큰 무게로 다가왔던 순간이요. 마치 그날의 저처럼요…



이 기억은 내 유년의 조각이다. 그리고 이 조각은, 오직 내가 지니고 있는 것.

당신의 마음에 닿았다면,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숨 쉬게 해주세요.


© 마음을 담은 기록, 하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