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전구를 품은 퍼런 솜사탕 같다.
퇴근길 하늘은 너를 생각나게 한다.
어떤 하늘에도 너는 감탄하곤 했다.
어느 가을날 지리산에서 였던가. 절에서 맡던 향 내음 가득한 곳,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날이었다. 산의 밤은 생각보다 빠르고 깊게 찾아왔다. 꼭 하늘을 봐야 한다며, 쌀쌀한 가을밤 속으로 너는 나를 힘껏 당겼다. 네게 이끌린 나는 검고 너른 평상 위에 있을까 싶던 먼지가 더 신경 쓰였다. 내게 보란 듯, 몇 명이 누워도 거뜬할 평상 위로 너는 풀썩 뛰어들었다. 먼지 묻는 다니까, 말을 못 들은 척 너는 누운 채 내 옷자락을 당겼다. 나는 못 이기는 척 평상의 끝에 걸쳐 앉았다. 어느새 네 손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바보야, 누워봐"
평상의 아주 작은 먼지들까지 몽땅 하늘에 박혀 있었다.
쏟아진다면, 그 빛들로 온몸을 씻어도 될 만큼 많은 별들이 있었다.
목소리만 가득했던 가을밤이 온통 빛나고 있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우와하고 깔깔 웃으며 멋대로 별자리를 만들어갔다.
이건 물고기를 닮은 오빠 두 눈, 이건 조그만 오빠 손.
네 손은 온통 나뿐이었다.
너도 내 생각뿐이었나 보다.
퇴근길, 퍼런 하늘에 네가 만들던 별자리가 문득 떠올랐다.
내 옷을 잡아끌었던 네 손과 손바닥에 느껴지던 별의 감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