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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 Jun 30. 2020

산뽄역

 너는 어떤 단어를 잔뜩 신난 강아지의 엉덩이처럼 느껴지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4호선 끝자락에 있던 우리 동네에서 전철을 타고 가다가, 산본역을 지날 때면 너는, 벌써 산뽄역이야? 전철 진짜 빠르다. 얘기했다. 나는, 산본역인데 왜 산뽄역이라고 그래?라고 물어봤다. 글쎄 산뽄역이라고 발음이 되지 않아?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내게 산본역은 산뽄역이 됐다.


 네가 발음하는 강아지 엉덩이 같던 그 단어를 듣고 싶어서 난 부러 금정역에서 네게 전화를 걸 때가 많았다. 지금 산본역이야! 하면, 너는, 벌써 산뽄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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