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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H Jul 20. 2020

편의점 우산

 너는 비 맞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 온다! 얘기했다. 그 목소리가 좋아, 머리 위 톡 하는 물방울을 여러 번 모른 채 했다. 그럼 넌 어김없이 비 온다! 소리쳤다. 작고 하얗던 두 손을, 검고 작은 머리 위에 올려 저만치 먼저 뛰어갔다. 사실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네 가는 목 사수자리 목걸이. 그 별자리에 맺힌 작은 빗방울이 가담 가담 내려앉는 날에도, 넌 우산을 써야 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얘기하면, 그래도 비는 오잖아 대답했다. 그만큼 넌 비 맞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네 덕분에 우리 집에는 편의점 우산이 많다. 갑자기 비가 오는 날, 우리는 편의점에서 자주 우산을 샀다. 헤어지는 시간, 비는 한창인데 넌 내게 우산을 들고 가라 했다.

"비 맞는 거 싫어."

 작고 흰 두 손으로, 검고 작은 머리를 가리고 먼저 뛰어가버리던 너였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편의점 우산이 많다.

 오늘도 비가 왔다. 디딘 땅이 촉촉했다. 창문 너머 비 냄새도 남았다. 비 맞는 게 싫다던, 네가 찰박찰박 달려가던 그날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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