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세상이 삐딱한 건

by 필이

어제입니다.

파란수영장 탈의실입니다.


빨간목욕탕과는 조금 다르게

파란수영장은 수영을 마치고 난 후

화장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침 시간이라

바로 출근을 하거나

외출을 하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쁘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 날입니다.


"예쁘게 보이는 거 보이 거가 예쁜갑다. 예쁜 사람 눈에는 예쁜 것만 보이니깐."


요양보호사 언니의 말에

웃음바다가 됩니다.


여기저기서 서로 예쁘다고 야단입니다.

필이도 거기에 끼어 예쁘다고 합니다.


예쁜 사람 눈에는 예쁜 것만 보이는 법!

예쁜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예쁘게 보이는 법!


맞습니다.

사랑을 하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니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필이는 요즘

자꾸 세상이 삐딱하게 보입니다.


삐딱한 세상

삐딱한 세계

삐딱한 사람들


사는 것이 본시 이럴진데

사람들은 늘 똑같을 뿐인데

보는 필이가 삐딱해진 게지요.


삐닥한 마음에

삐딱한 눈에

세상이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지요.


처음엔 모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합니다.


새로운 것

새로운 세상

모든 것이 신비하고 재밌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세상을 알아갈 때

그러다

조금씩 세상이 보이기 시작할 때


라는 물음과

나는 어디

라는 물음이 시작되면서


세상도

사람도

자신도

삐딱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바탕 성장통을 겪고 나면

어른이 됩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적당히 포기하게 된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라는 물음도

나는 어디

라는 물음도


삐딱함도


적당히 눈 감고

살아가게 됩니다.


아니

자신도 삐딱함에 스며듭니다.


적당히

포기하며

적당히

맞춰가며

자신도 삐딱함이 됩니다.




아무래도

필이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나 봅니다.


이렇게나 다 큰 어른이

다시금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적당히

가 잘 되지 않는 필이는

스스로를 세상 밖으로 내몹니다.


세상은 그대로입니다.

세상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필이만이

못 보던 것이 보이고

못 듣던 것이 들리고

세상을 조금 알게 되니

삐딱해져버립니다.


스스로는 삐딱하지 않다 외치며

삐딱한 세상을 원망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필이도 압니다.


정작 삐딱한 건

세상이 아니라

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자란 것은 필이일뿐!


성장통을 겪고 나면

필이도 어른이 될까요?


적당히

눈 감고

적당히

귀 닫고

적당히

입 닫고


그런 어른이 될까요?

필이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요?




비 내리는 새벽길을 걸으며

발이 축축히 젖도록 걸으며


가로등에 빛나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얼굴에 빗방울이 내리도록 바라보며


빗물에 반짝이는 아스팔트를

그렇게 걷고

그렇게 바라보며


혼자 생각에 빠진

아침입니다.


해답도 없는 생각에

해답도 없는 물음을




오필리아처럼~

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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