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열의 시작.
이 리듬도 아름다워요.
나는 어긋난 박자 같았다.
좀처럼 제자리를 찾아가기가 어려웠다.
한 배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그들과 나 사이엔 교집합이 하나도 없는 듯이 보였다.
감정 처리방식도 그랬다. 무딘 식구들 틈바구니에 있노라면 한없이 예민해졌다. 내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사건 경위라도 진술하듯 말은 길어지기 일쑤였고, 사건 너머에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나는 정교하게 단어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해받는 건 언제나 나중 문제였다. 이렇게 억울함은 내게 흐르는 시간처럼 녹아있다.
거의 매일을 번민의 시간에 잠긴 채 살았다. 그 덕에 나의 어린 시절은 고뇌의 흔적으로 온통 흥건하다. 이 기억은 잘 마르지 않아 눅눅한 채로 나의 많은 부분을 얼룩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내가 지내온 시절에는 사랑에 기근이 들어있다.
어렸음에도 또렷한 기호를 가지고 있던 나는, 분명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소리의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괴로움은 구체적으로 적혔다. 또 이상하게도 굶주림이 심할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해해야만 했다. 생존을 위해 그래야만 했다. 또 그럴수록 외딴섬에 초라하게 주저앉아 있는 나를 함께 바라봐야 하기도 했다. 그것을 보는 일은 때론 처절했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는 없었다.
밤이 오면 천장에 그날 느낀 쓰라린 감정을 그렸다.
’이건 이런 느낌 때문에 생긴 기분이야.
이 기분의 이름은 이거야‘ 하며,
감정마다 하나씩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이해해 보기 위해, 빈틈없이 찾고 또 찾았던 그 감정의 이름들. 그 이름표들이 수두룩하게 모였다.
그들에게 다다르지 못한 마음들은 내 안에 무겁게 가라앉아 내 걸음을 묶어둔다. 불필요한 부연을 하게 하고, 지나치게 투명하게 만든다. 그 무거움은 나를 억울함 위로 바짝 밀착시켜 놓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굴러다니는 먼지처럼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불편한, 그러나 존재감은 있는 그런 존재. 이 비밀은 나만 알아야 하기에 연신 뒤를 돌아봐가며 곳곳을 점검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족 외의 다른 관계만이라도 잘해보고 싶었다.
이 마음을 재료로 담이 둘러졌다. 담 밖으로는 개미 한 마리도 나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바깥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다.
고립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점점 깊어졌다. 그 담은 내가 쌓아 올린 것임을 알기에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더는 홀로 그 안에 갇혀 살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담장 너머의 진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진실은 내게 주어진 감각을 알게 했다. 밀도 높은 감각은 어쩌면 처음부터 그들의 세상에는 닿을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나와 다른 화소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것. 그 한계로, 해석할 수 없는 감정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내 예민함이 나의 잘못이 아니듯, 그들의 무딤 또한 그렇다는 것.
그저 그뿐이었다. 이것이 진실이었다. 더 이상 원망할 필요도 없었다. 마음속 흐르는 강물에 그 시절을 띄워 보내주었다. 허탈한 가벼움이 찾아왔다.
내 불안의 서사는 내가 알아주면 된다고 결론 내리며, 오늘도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젖은 기억 위로 해가 비출 것만 같다.
정박을 찾아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엇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