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깨우다
또각—
빌딩숲의 골격을 스치며
그녀가
도시의 뉴런을 깨운다
띠링—
가느다란 신호 하나가
모세혈관처럼 번져
도시의 깊은 층을 흔든다
슬럭—
패딩 소매의 미세한 스침 사이,
유리 외벽에 걸린 새벽빛이
은색 결로 일렁이고
정교한 피부처럼
빛은 층층이 올라온다
지하 깊은 곳,
도시의 심장에 닿은 엔진의 울림이
위잉—
동맥을 타고 사방으로 번지면
툭, 탁—
계산대의 리듬,
쉬익—
커피머신의 첫 숨이
뜨거운 숨결로 퍼진다
초록 신호 하나가 켜질 때,
도시의 신경이 반짝이며
도시를 두드린다
헤드라이트의 흐름이
혈관을 타고 이어지고
온기 한 줄기씩
도시의 몸에 불이 들어온다
소리들은 낮은 호흡이 되어
도시의 내부를 차오르게 하고—
그 순간,
도시는 마침내
번쩍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