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의 말.
나는 며칠 동안 계속 배가 아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전자책을 읽으며 누워 지냈다. 주로 『퇴마록』에 푹 빠졌는데, 순식간에 읽혀지는 걸 보니 이 책이 나와 정말 잘 맞는 모양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이 책의 창의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를 보면서 뭔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배가 아픈 지 이틀이 지나 셋째 날 아침이 되어서야 병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배가 아팠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함께 가자고 부탁해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두 개의 내과가 있다. 하나는 전에 가봤는데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고, 친구도 거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다른 병원을 가기로 했다. 사실 병원 건물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얗게 칠해진 병원은 오래되어 보였고, 조금은 음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치 언덕 위 정신병원을 연상케 했다.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상하게도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9시에 시작한 지 삼십 분이나 지난 시간인데도 말이다.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위층의 입원 환자를 보고 온다는 말에 조금 더 기다렸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진료가 시작되었다. 나는 내 증상을 최대한 설명하려 했다.
“월요일부터 배가 계속 아팠어요. 조금만 걸어도 배가 마치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처럼 아팠는데, 막상 화장실에 가도 딱히 낫질 않아요. 가만히 있을 땐 괜찮다가도 갑자기 아프고, 또 괜찮아지기를 반복해요. 설사도 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고요. 다행히 구토 같은 건 없는데 배만 계속 아파요.”
내가 말하자 선생님은 조금 답답해하며 명확히 표현해 달라고 했다. 나는 원래 말을 두루뭉술하게 하는 편이라 그런 것 같다며 민망하게 웃었다.
그런데 갑자기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충청도 사람이에요?"
내가 아니라고 하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멍청도?"
순간 멍해졌다. 농담이라고 해도, 환자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내가 너무 어이없어 하자 바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깐 여기로 누워보실게요 라며
누워서 배를 눌러 진찰하는데, 솔직히 배는 눌러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의사는 아프면 그냥 아프다고, 아니면 안 아프다고 명확히 하라 했다. 소화가 잘 되는지 묻길래,
속은 괜찮으니 소화가 잘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의사는 '소화'의 뜻을 제대로 아느냐고 물으며 메스껍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있는지를 다시 물었다. 나는 또 메스꺼울때도 있는데 구토는 안했으니 소화가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고, 결국 의사는 나를 답답해하며 진료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의사가 한 말이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화법은 세대차이가 너무 난다."
장염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며 처방전만 받아 병원을 나섰다.
나중에 병원 리뷰를 찾아보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환자를 무시하거나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셈이었다.
물론 나 역시 명확하게 말을 전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더 친절하고 이해심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그 "멍청도"라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말하는 법을 더 잘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고도 다짐했다. 나는 그 의사를 용서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그 병원에 가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기 환자가 없는 병원은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교훈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