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에서의 첫 계절, 그리고 놀라운 하루
프놈펜이라는 도시는 처음부터 낯설지는 않았다.
이미 여러 번 들렀던 곳이었고, 아내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두 번째 고향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행자’와 ‘거주자’의 시선은 다르다.
이제 이 도시는 우리의 생활 터전이 되었고, 우리 아이들의 성장 무대가 되었다.
출발선이 된 것이다.
우리는 선교사로서 첫 2년간의 언어 훈련이 필수였다.
현지어를 배우는 일은 단순한 의사소통 능력을 넘어, 사랑의 통로를 여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사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그러나 천천히, 반복 속에서 우리는 알아듣는 법을 배워갔고, 말하는 용기를 키워갔다.
아내는 이미 유창한 편이었다.
어릴 적부터 캄보디아에서 자랐기에, 자연스레 입에 붙은 말들이었다.
반면 나는 하나하나 새롭게 배워야 했다.
‘소리’ 하나에도 표정이 담긴 언어, 그 속에 담긴 문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다행히 순조로웠다.
아이들 모두 유치부에 해당되는 나이였기에, 학교에서도 놀이 중심의 수업과 기초 언어 위주로 운영되었다.
무거운 교과서도, 어려운 시험도 없었다.
게다가 학교에는 한국인 선생님들도 계셔서,
아이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감을 느끼며 적응할 수 있었다.
울거나 거부감을 보이기보다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조금 무던하게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다.
그 모습이 의외로 고마웠다.
적어도 처음 한 걸음은 가볍고 부드럽게 내딛을 수 있었으니까.
어느 날, 캄보디아 특유의 소나기가 거세게 쏟아졌던 날이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듣고는 창가로 몰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앞에서 “물고기야!” 하고 외쳤다.
정말이었다.
비로 불어난 얕은 물을 따라, 길쭉한 물고기 한 마리가 꿈틀꿈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대문 앞까지, 마치 “날 좀 데려가 주세요”라는 듯한 얼굴로.
아이들은 흥분했고, 우리는 그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아두었다.
그때, 아내가 조용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엄마가 이 나라에서 살던 시절이었어.
같이 지내던 학생들과 먹을 음식이 모자랐던 어느 날,
우리 모두는 함께 기도했지. 하나님, 오늘 식사를 채워주세요… 하고.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많이 왔었어.
그런데 그날, 얕은 물을 따라 진짜 물고기가 대문을 통해 꿈틀꿈틀 들어왔단다.
정말 영화 같았어. 그리고 그 물고기로, 센터 친구들이 밥 한 숟갈이라도 기쁘게 먹을 수 있었단다.”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의 물고기와 옛날의 물고기가 하나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하나님이 물고기도 보내주신 거야?”
그 말에 웃음이 퍼졌고, 신기함과 감사가 함께 피어났다.
그날 이후로 아이들은 종종 이야기한다.
“비 올 땐 잘 봐야 해! 또 물고기 올지도 몰라!”
다음 시리즈 예고:
말보다 마음을 먼저 배우는 언어의 여정.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새로운 감정들, 그리고 우리가 배운 ‘듣는 법’에 대해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