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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사랑은 추락했을까

<거침없이 하이킥, 이민용의 사랑이야기>

by 러디

‘민용적 사고’에 가려진 이민용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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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 없이, 온 가족이 거실 TV 앞에 모여 앉았던 2000년대,
‘낭만의 시대’라고 불리던 그 시절 방영된 시트콤이 있다.


수많은 밈들로 아직까지 우리를 즐겁게 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방영된 지 어느덧 2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원영적 사고’를 이은 ‘민용적 사고’로 회자되고 있는 이민용의 사랑이 인상적이다.


이민용과 서민정은 극 중에서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사랑을 시작했다. 전처인 ‘신지’와 친구 관계인 ‘서민정’과 사랑에 빠졌다.


지금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의 감정은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이민용에겐 전처인 ‘신지’에 대한 애증과 아들 ‘준’이라는 현실이 있었고.

서민정에겐 이민용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부모님이는 현실이 있었다.


하지만, ‘비현실’ 속에 존재하는 중력에 못 이겨 이들은 사랑을 하였고,

‘현실’ 속에 중력에 못 이겨 이별의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이라는 벽에 그들의 사랑이 자국만 남기고 끝났다.


다시 읽어보는 이민용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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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사랑도.. 단애의 끝에 선 듯 느껴질 때가 있죠 생일카드들… 잠든 서선생.. 나..
그리고 이 방이.. 문 밖 세상과 상관없는 곳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이미 한번 쉽게 걸려 넘어졌던 장애..
그걸 다시 뛰어넘을 자신감마저 아직 부족한 채..
다시 만나 사랑하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은
그저 이기적이거나 무책임한 짓일뿐인지..
하지만.. 지금 미칠듯 그러고 싶네요.. 도와줄래요..?
- 거침없이 하이킥 中, 이민용의 편지


이 편지는 이민용과 서민정이 한 차례 이별을 겪고 재결합을 하게 된 계기가 된 편지이다.

서로는 현실을 선택하기로 했지만, 그 결심은 서민정이 쓴 자신의 생일 편지 앞에서 무너진다.


*단애: 斷崖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이들의 단애 위의 사랑이다.

이민용은 자신의 사랑을 그 위에 올려놓는다. 그와 서민정의 사랑은 안전하지 않았고,

끝도 보이지 않았으며, 발 디딜 틈조차 없어 추락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그 사랑을 편지 앞에 숨어 흰 종이 위에 볼펜 자국을 새긴다.

이 편지를 계기로 이들은 다시 문 밖 세상과 상관없는 단애 위의 사랑을 한다.


단애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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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신지의 사고’
서민정 부모님의 반대’,
‘아들 준’


수 많은 걸림돌로 이들은 낭떠러지에 추락할 위기에 처한다.

결국 그들은 문 밖 세상으로 나와 현실을 선택한다. 이민용은 전처인 신지의 곁을 지키게 되었고, 서민정은 그를 잊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시골 학교로 떠난다.


이들의 마지막 장면은 이민용이 서민정의 학교로 찾아가 수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서민정도 그의 실루엣을 보지만 빗줄기에 가려져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지는 못한다.

가까이 있었지만 끝내 닿지 못한, 그들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래서 이 사랑은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욱 오래 남는다.


2025년.

우리는 더 빠른 속도로 연결되고, 더 쉽게 말하고, 더 자주 스쳐가지만.

하지만 정작 진짜 마음은 점점 더 말하기 어려워진다.


짧은 메시지와 읽히지 않는 알림은 언젠가 소멸될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위해 종이에 꾹 눌러 쓴 문장은 영원히 새겨진다.


그 시절의 사랑은 불완전했고, 조심스러웠고,

그들의 사랑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었던, 한 장의 편지는,


그들의 마음 속에 조용히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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