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돌아보니, 내 마음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미래형 원자력 발전소.
나는 몇 년 동안, 원자력 관련 계통에서 정교한 실험과 성능 테스트 모델을 만들며 살아왔다.
어떤 사람에게는 멋진 커리어였겠지만, 내게는 점점 무언가가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매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적인 선택을 해야 했고,
서로의 의견을 설파하며, 실수 없이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렇게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나?'
그 무렵, 조그맣게 가꾸던 텃밭에서 굼벵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조용한 생명체는 이상하게도 나를 닮아 있었다.
문득 떠오른 기억.
‘굼벵이, 몸에 좋다던데?’
그리고 마음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른 질문.
‘굼벵이를 키워볼까?’
‘내가 농사를 지으면, 많은 것들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날, 나는 다른 팀에 있던 실장님을 조심스레 찾아갔다.
살짝 웃으며 말을 꺼냈다.
“실장님, 굼벵이 1kg에 20만 원이래요.”
“실장님은 굼벵이 키우시고, 저는 팔아볼게요.”
그분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한 번 해볼까?”
“뭐, 한 달에 50kg 못 팔겠어요? 한 번 해봐요.”
“그래, 한 번 해보자.”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께
굼벵이 농사를 짓겠다고 말했다.
감사하게도 모두가
“네가 해보고 싶다니, 한 번 해봐~”
라며 따뜻하게 응원해 주셨다.
며칠 후, 나는 사표를 냈다.
내 나이 서른다섯.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사람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이 일을 하게 될 거야.’
‘지금이라면, 아직 내 인생을 내가 주도할 수 있어.’
어릴 때부터 나는
‘한 번 하면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어왔고,
젊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질문이 밀려왔다.
‘근데… 땅은 누가 주지?’
‘시설 짓는 데는 얼마가 들지?’
‘어떻게 지어야 하지?’
왜 이런 생각들이 사표를 낸 후에 들었을까?
아마도 나는 ‘사직 후의 시간’에
하나씩 준비하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대학생 때 늘 다니던 도서관으로 매일 출근하기 시작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굼벵이 농장을 구상했다.
그 시절, 아무 생각 없이 공부하던
대학생 때의 그 기분이 다시 찾아왔다.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고, 가벼웠다.
그리고 다시 현실.
‘근데… 땅은 어떻게 구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