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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7. 아는 부산, 모르는 부산

매력도시 부산의 서쪽 탐방이



아는 부산


1997년 대학생이 만난 처음 부산


처음 만난 부산은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으로 기억한다. 제주도는 가봤어도 부산엔 못 가봤던 시절. 새마을을 타고 대학교 친구들과 부산에 갔다. 지금은 돌아가신 큰아버지 콘도를 빌려, 지금은 없어진 해운대 앞 한화콘도에 묶었고, 남친을 군대 보내고 시름시름 앓는 친구를 서울역부터 부산역, 부산역에서 해운대역까지 부축하고 거의 끌고오다시피해서 밤 늦게 숙소로 찾아간 기억이 있다.(그 친구는 술을 먹고 기운을 차렸던 것 같다.)  한여름의 바닷바람과 친구들과 술이 있어 마냥 좋았던.. 무엇을 하고 무엇을 얘기했는지 지금은 너무 가물가물하지만, 새파란 시절, 좋았다는 느낌만 가득 남아있다.


* 디지털 사진기가 없던 시절, 앨범에 추억이 남아있을 뿐 파일로 된 사진은 없다.


2002년 사회 초년생으로 만난 부산


졸업을 하고 사회인이 되어 고향 친구들과 다시 부산을 찾은게 영화 해안선이 PIFF에 나왔던 때니까 아마도 2002년일거다.(감독은 잊자..ㅠㅠ) 그때만해도 PIFF의 중심은 남포동이라 친구들과 남포동에서 PIFF왔으니 영화는 봐야지 하며 영화티켓을 끊었는데, 이미 유명한 영화는 다 매진되서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프랑스 영화를 예매해서 보다가 자고 나왔지 아마.. 자갈치시장에 들러 생선구이 파는 집들을 보며 신기해도 하고, 대학생때보단 여유있는 자금 형편에 택시 타고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가서 차도 마셨던 기억이 있다. 각자에게 처음으로 닥친 사회 생활의 어려움과, 하나 둘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연애 진도를 고민하던 시기. 지금 생각하면 아기 아기한 시절인데 그때는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부산에 다녀온 그 해에 결혼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 바다는 아마도 해운대?!(건물이 별로 없다)



2006년 이후, 회사원의 부산


회사 일로 PIFF를 후원하던 시절, 운 좋게 PIFF 시기에 맞춰 부산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다(께름벵님도 함께였던 시절..)  그 사이 세월이 켜켜이 쌓여 부산의 산업과 관광의 무게 중심이 남포동에서 서면과 해운대로 옮겨졌고, PIFF의 주 무대도 함께 이동했다. 새마을로 내려가던 시기도 끝, 이젠 KTX를 타고 부산을 다니게 되었다. 2014년 나의 육아 휴직 시절, 당시 함께 쉬고 있던 (2002년 부산에 같이 갔던)친구와 각자의 아이 한명씩을 끼고 부산을 다시 찾았고, 돌아다니기보다는 주로 호텔과 모래사장을 왔다갔다 하며 (돌아갈 생각만하면 끔찍한)(엔드리스)(못난이)(남들 다 있는데 나만 없는 것 같은)(걱정만하고 모으지는 못하는)내가 모르는 부산을 가본건 출장으로 부산의 인디고 서원을 방문했던 2011년인데, 이때 국제시장을 처음 가보고, 와~ 이런데가?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회사원으로서 대부분 부산을 기억하는 무대는 해운대였다.


* 2006년 PIFF 해운대(일하러 갔지만 웬지 놀았던 기억이 강한 호시절 회사 시절의 부산)




* 2014년 PIFF 해운대(육휴 중 쉬러 간 부산)



모르는 부산


부산의 핫플레이스 영도


알쓸신잡을 보고, 주변 부산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운대가 부산의 전부가 아니구나. 뭔가 다양한 모습의 부산이 있구나.. 알고싶고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엔 작정을 하고 부산의 서쪽만 보고오자라는 목표로 영도다리 앞에 생긴지 얼마 안된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부산가는데 처음으로 SRT를 이용했고, 뚜벅이로 간 짧은 여행이라 하루는 투어신청을 해놓고, 나머지 시간동안 부산 서쪽을 둘러보자 했다. 결론적으로 서쪽을 다 본다는건 욕심이었지만, 한 곳을 여러번 방문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 맑은 날, 비오는 날의 모습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마치 그 동네 사는 사람처럼 아침 새벽 용두산 공원에 산책을 가고, 여긴 후암동 같다, 여긴 꼭 남산 같아, 여긴 꼭 경동시장이구만! 하면서 내가 아는 서울의 모습과 맞추어도 보았다. 마지막날 투어가이드가 최근의 부산 핫플레이스는 "영도"라고 이야기해준걸 보니, 나뿐만 아니라 부산의 이곳저것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역시 난 늦게 뛰어든다!



* (좌부터) 영도 밸류호텔에서 본 부산진다리 풍경, 송도해상케이블카, 초량동 모노레일



* (좌부터) 용두산 공원의 1973년생 부산타워, 오후 2시에 한 번 열리는 국내 유일 도개 다리 영도 브릿지

* (좌부터)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찾은 나의 정체성, 꼼장어를 엄청 파는 자갈치시장



계획적이지 않은 계획적인 도시


살아보고자 구비구비 산 허리까지 올라가 자리 잡고 터전을 만든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하나둘씩 인근 신도시로 떠나면서 부산시의 인구는 현재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인입되어 계획 없이 만들어진 도시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그런 계획 없음으로 인해 다양한 이야기와 문화가 만들어져 이젠 그런 보물같은 곳들을 계획적으로 살리려고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들었다. 이번 여행 중 비가와서 "부산박물관"을 찾았는데 마치 서울역사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오전 11시 가이드의 설명을 신청했고 모르는 부산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대만족! 예전엔 이런 역사 설명이 노잼이었는데(아들은 몸을 꼬고 난리난리), 이젠 가이드 말에 귀기울이게 된다. 나이들수록 역사가 재밌다, 알고 보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많이 보이면 그만큼 즐겁다.


다음은 "동래"다!


부산이란 명칭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전까지 부산을 부르는 명칭은 "동래"였다. 동래엔 유명한 절과, 산성과, 온천이 있다. 다음에 부산을 가게되면 동래에 가려고 한다. 출발 날짜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여행 계획은 세워놨다! 이제 해운대에만 추억이 있지 않다. 부산 여기 저기에 기억을 심어두고 왔다!



2019.6.10.
부산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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