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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9. 어디에나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었던 사람들

아휴 하 흡 후..


       * SBS 다큐, 요한/씨돌/용현 이미지 중


곤혹스러운 글, 보고 말았다.


출근해서 커피 한잔하며 뉴스와 SNS를 훑는 시간, 한 페친이 전철에서 보다 눈물 나서 곤혹스러웠다길래 호기심에 을 클릭해서 보곤 나도 곤혹스러워졌다. 아휴, 휴, 하.. 그날 그 글 이후 SNS나 뉴스를 더 볼 수 없었다.

나에게 닥친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여러가지 일들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일들만 도맡아 한 요한, 씨돌, 용현. 글의 댓글에 달려있는 “신은 사람 사이에 있다”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궤적. 하지만 동시에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건, 그런 사람들의 마지막은 매번 해피엔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아휴, 휴, 하..가 이어진다.

한 사람의 영웅은 기억해도, 평범한 얼굴을 한 진짜 여러 사람의 영웅들은 이렇게 누가 맘먹고 알아봐주기전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사람들의 희생에 감동하고 눈물 흘리지만 그 관심과 애정이 오래가진 않는다. 새롭게 기억할 것이 너무 많은 시대, 인스턴트식 감동을 받고 한번 울고 넘어간다.


너무나 평범한, 그래서 영웅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영화 김군 스틸컷 중


그 글은 자연스럽게 생각은 친구가 꼭 보라고, 만약 못보더라도 예매는 해달라고 하며 준 영화 예매권으로 연결되었다. 듣자마자 선뜻 주변에 보겠냐고 물어보기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영화.. 용기내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역시나 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영화. 나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예매권을 사용하지 못했던 그 영화, “김군”이다.


사람다운 사람보다 괴물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더 많이 마주치고 뉴스로 보다보니 요한, 씨돌, 용현과, 김군의 삶은 왜 맨날 정의만 외치는 그 영화 단골 캐릭터처럼 느껴지는지.. 항상 현실이 영화적 상상을 뛰어넘는다는데, 정말 이번에도 그랬다.


점점 나이들면서 속 시끄러운 콘텐츠를 멀리하고, 가볍디 가벼운 콘텐츠만 소비하게 되는데, 반성하며 부채를 상환하듯 조만간 김군을 봐야겠다.


내가 잘 하는 것을 해볼게요.


기사를 보면서 감동하다가, 말미에 후원 계좌가 개설된 것을 보면서 과연 누가 이렇게 모인 성금을 이 분을 위해 잘 써주실까 하는 (나쁜쪽으로의)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역시 난 세상의 때가 온몸에 덕지덕지 잔뜩..-.-)

이 분을 여기까지 오게 한 그 SBS 이큰별 PD가 "책임"을 지고 그 후원금을 이 분을 위해 잘 써주면 좋겠다라는 나의 생각은 너무 오바일까.. 많이 오바인거 아는데, 왠지 계속 들여다봐주면 좋겠다..(알지도 못하는 PD님께 미안하지만, 이야기를 가져왔으면 책임지세욧! -_-)

그동안 45세 이상 아재들은 다 집에 보내버려야해..라고 버릇처럼 말한 나의 입과 정신을 반성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_- “다”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더이상 그런 얘긴 하지 않을게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기에 모든 것의 "책임"을 도맡아 지다가 지금은 요양원에 계시다는 그 분의 여생에 아주 작디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간이라면 해야할 일”의 마음으로 이체 버튼을 눌러본다.

"내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 미안해요 아저씨, 하지만 세상을 좀 더 낫게 바꾸게 하겠지 라는 믿음으로 제가 잘 하려고 노력하는게 “기억”과 “이체”인데, 두개를 다 해보도록 할게요. 참 많이 고마워요."

2019. 6. 24.
(아주 잠시겠지만) 철든(것 같은) 


이 글을 쓰고 오늘 이런 뉴스를 보았다.

PD님 감사합니다!


2019. 7.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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