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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0. 무서운 꿈을 꾸었다.


#10. 무서운 꿈을 꾸었다.


       * 네이버 웹툰 "유미의세포들" 중


지키기 어려운 약속

사람들에게는 아! 사진만 보내도 되요! 라고 쿨하게 말은 했지만 시작한 사람이 내가 아닌가.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런데 일은 바쁘고 머리는 돌지 않는다. 주중과 주말 내내 "아! 이번에는 뭐를 쓰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컨텐츠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니.. 자신감과 자존감이 쪼그라든다. 영감을 받고, 글감 줍줍하게 어디든 나가야하는데 매일 매일 똑같은 것 같은 출근길 퇴근길, 집에만 있으려는 아들과 남편, 친척 결혼식 아이 학원 일정, 운중천 걷기 외엔 특별할 것 없는 주말. 망했다..

열번째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불안함이 스며든다. 올 것이 왔구나. 고비가 찾아왔다. 해야할 과제는 있는데 오히려 잠이 일찍 찾아온다. 불안 세포가 외친다. "얘들아 큰일났어!" 불안 세포는 나를 채찍질하긴커녕 잠에 들게했다.


악몽에 시달리다.

* 타인은 지옥이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 유미의세포들 팬아트



하지 못한 일을 품고 불안함에 잠이 들어본 적 있는가.

자는 내내 무언가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나는 어려운 과업에 도전중이었다. 새벽 어느때 꼭 한번씩 깨어있다가 인증을 하는 그런 과업으로 기억한다. 안 해도 될 일인데 누가 뭐라하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그 과업을 꼭 해내고 싶었다.


"그 일을 하던 안하던 마스터는 아무 말도 안해요. 하던 안하던 똑같이 대해줘요. 본인의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심사숙고해서 결정하세요. 안해도 그만이니까.."


조연으로 출연한 팀 사람이 계속 나를 걱정하며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일을 한다고 했으면 꼭 해야해요.
한번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어요. 그리고 과업을 하지 못하면 ...."


응? 뭐라고? 그러니까 나는 안해도 될 일에 왜인지 모르지만 뛰어들었는데 그 일을 안하면 무언가 무서운 저주같은 벌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도 그 일은 아무나 할 수는 없었고, 자리가 나야 들어갈 수 있는데, 패널티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마치 새치기하듯 자리가 나자마자 끼어들어선 "저 시켜주세요"하고 비집고 그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그리고 뛰어들자마자 꿈 속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나 매일 11시면 잠에 드는 사람인데, 새벽에 깨서 인증할 수 있는걸까? 꿈속에서도 나는 잠과의 사투를 벌이며 인증을 위해 괴로워하고 있었다.


마감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눈이 떠졌다. 악몽을 꾼 아침. 마감에 쫒기는 온갖 사람들이 생각난다. 전에 웹툰 작가들과 콜라보를 하던 때도 기억나고, 지금 나와 책자를 만들고 있는 XX북스의 편집장님도 생각난다. 혹시 꿈에 나온 '마스터'가 그 편집장님은 아닐까? 줄 서 있던 사람들은 내가 압박했던 웹툰 작가들이었나? 매번 나의 피드백 일정엔 후한 기간을 주고, 피드백이 반영된 콘텐츠엔 박한 일정을 책정한 나를 반성한다.

무모한 도전을 잘 안하는 편인데, 왜 이런 것을 시작하자고 했을까. 갑자기 모든 프리랜서들, 작가들, 크리에이터들이 위대해보인다. 마감과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꿈이었지만 너무 생생했어서... 벌을, 저주를 받고싶지 않아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레터를 쓴다. 중간에 아드님 아침식사, 샌드위치를 만들고 또 다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고 이렇게 나와의 약속을 또 한번 엉망진창 글로 지켜본다..

저기, 혹시 여러분도 악몽에 시달리시나요. 그러지마세요.
사실 써도 안써도 저는 아무말도 안하는 '마스터'이니까요.
벌칙은 없답니다!


2019. 7. 1.
악몽에 시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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