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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1.a lifelong assignment, 영어!


a lifelong assignment, English! English!


If you can not speak English..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이 글로벌화되면서 다양한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팀에도 2개 언어를 풀루언~트하게 하는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고, 신입 면접에 들어가면 언어 2개는 기본이요, 3개까지도 풀루언~트하게 하는 청년들이 많다. 물론 언어를 잘한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도 잘하면서 말 잘하고 일 잘하면 그야말로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영어를 못해서 하는 일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기회가 왔을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작년 처음으로 진행했던 CES에는 팀에 터줏대감으로 있던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고 들어온지 얼마 되진 않아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맡는 기회를 얻었고 행사까지 다녀왔다.(아 물론 난 영어를 했어도 담당이 아니라  못갔을꺼다.) 그래도, 만약 했다면 손들거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뭐 이런 생각은 들었다. 나도 강원도 말고 미쿡, 어메리카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1:1 Class


공부 게시판의 열정 넘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한번 해볼까' 마음만 100만번,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아 입사 후 한번도 언어를 공부해본 적이 없다. 영어 일본어에 이어 신기한 유럽 언어까지도 등장, 신기한 언어를 공부한다는건, 기본으로 영어나 일어를 한다는거겠지...생각하며 눈팅만 했더랬다. 이 나이에 무슨 또 영어 일어 중국어냐.. 한다고 해도 외국인이나 공부한 사람들처럼 되는 것도 아닐텐데.. 시간도 돈도 아깝다고 생각했다. 가끔 출퇴근길에 영어 팟캐스트를 어쩌다 한 번 들은거 말고는 그야말로 뇌 속 영어 카테고리에 거미줄 치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누구나 언어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안해도 그만이지만 하면 지원을 해준다니 나같이 게으른 자도 움직이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항상 열심히 공부하던 지인에게 물어 쌤을 소개받았다. 안해서 문제지, 마음만 먹으면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난 그날 바로 약속 잡고 7월부터 1:1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첫 수업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려나. 내 소개를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고 영어로 읍조리며 첫 수업에 참석했다.
 

I got nervous


앉아서 hi, nice to meet you, 하고는 머리가 하얘졌다. 어! 아까 나 생각한 것들이 있었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입속의 혀는 굳어버렸다. 선생님은 내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 내가 말할 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리고 있다.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겨드랑이와 콧잔등에도 송글송글.. 어 나 지금 굉장히 떨려요를 뭐라고 하지, 땀이 난다를 뭐라고 했더라...

그 순간 단어 sick만 생각나고, 아이 필, 어, 아이 필, 만 다섯번을 했나. 선생님이 한마디 하신다. "잇츠오케이, 트롸이~",, 땀이 더 난다.  '아 쌤, 저 트라이 하고 있거든요. 근데 뇌가 영어 단어를 내보내야 하는데 지금 땀만 내보내고 있거든요?'
 
사람들은 항상 이야기한다. 언어를 배울 때 아이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아무 말이라도 내뱉어야 한다고. 하지만 으른이 체면, 문법을 잘 맞추기!가 있지 않은가. 그눔의 체면-문장 순서 생각하다가 어,음,아.. 이걸로 반을 채웠다. 한 시간이 얼마나 긴지, 그날 나는 정말 뇌의 거미줄을 치우느라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이미 남의 눈을 의식하는 으른이 되어버린 나는, 풀루언트한 사람 앞에서 쫄아버리고, 1:1 선생님 앞에서는 말문이 막혀버린다.

말문이 막힌 내게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이 내가 못한, 틀린 문장들을 정리해서 보내주신다. I get nervous / stuck when I face a foreigner. 아니..왜 그 너버스가 생각이 안나냐. 너버스..너버스 너 아는 단어잖어....

상단의 사진은 선생님이 읽고 다음주 토론한다고 한 내용이다. 수많은 대한민국식 영어 공부한 사람이 그렇듯 읽기는 되지만 저걸로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먼저 막막함이 앞선다. 그래도 첫 수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에 조금 설레기도 했다. 아들한테 엄마 공부한다고 자랑(너도 좀 열심히 하지 않을래?도 포함)도 해놨다. 시간이 좀(좀 많이 많이 많이)필요할 뿐이지, 언젠가 나의 뇌 속 영어 단어 창고의 거미줄이 걷히고, 창피함이 용기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는 영어 뉴스레터에 한번 도오전을!?

2019. 7. 8.
nerv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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