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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city Mar 31. 2022

#12. 알고 보면 제일 재밌는 그것


#12. 알고 보면 제일 재밌는 정치정치정치

출처 : JTBC 보좌관 > 포토갤러리 중 http://tv.jtbc.joins.com/photo/pr10011052/pm10052816/detail/14456


정치가 내 삶에 들어온 순간


보좌관 시즌1이 끝났다. 그와 거의 동시에 정두언이 생을 마감했다. 이 두 가지는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그 옛날 어느 시점을 떠올리게 했다. 너무너무 답답했던 국내 정치 상황,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그 시절, 온갖 음모론의 시작점 나꼼수를 통해 정치를 블랙유머로 알아가기 시작하던 그 시기.

우선 그 어느 콘텐츠보다 너무 재밌기도 했고, 살면서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기부닝었고, 매번 놀라운 가카의 신공에 혀를 내두르며 나의 꼼꼼하지못함과 게으름을 반성했다. 나는 그 팟캐스트를 통해 정치 세계에 입문했고, 정부가, 국회가, 언론이, 재벌이, 어떻게 연결되어있고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어떻게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이끄는지 아주 약간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그중 많은 부분은 여전히 음모로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과하기도 했고, 일부 관계자가 젠더나 다양성 이슈로 도마에 오르기도 하는 등 문제가 없던 것은 하니다. 하지만 나 같은 정치무관심자를 정치판이 도대체 뭔데?! 라고 궁금하게 만들고, 정부가 하는 이슈에 귀 기울이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작은 행동이라도 하게 한 그 공로는 인정해주어야지 않을까.

출처 : JTBC 보좌관 > 포토갤러리 중 http://tv.jtbc.joins.com/photo/pr10011052/pm10052816/detail/14456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이야기


그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의 총체가 모여있는 곳이 정치판 아닐까. 그 이후로 정치와 삶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여러 상황에서 몸소 체험하기도 했고, 그와 동시에 정치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어떤 것보다 중독성 있고,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진 제일 재밌는 콘텐츠 보물상자로 여기기 새작했다.

잘 안보던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정치 미드나, 한드를 예전과 다른 각도에서 즐겨보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는데, 드라마와 영화에선 "정치"를 다룬 콘텐츠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챌의 말에 보좌관을 들이고, 주변의 권유에 지정생존자까지 정주행중이었는데, 어제 갑작스런 전 국회의원의 죽음은 다시 나를 음모론의 세계로 가져다 놓아버렸다. 나의 파트너는 굉장히 이성에 충실한 사람이라 근거없는 스토리를 정말 너무 심하게 괴로워하고 못견뎌하는데, 나는 이 음모론을 100% 확신하진 않더라도, 그래도 합리적 의심은 해봐야는거 아니냐, 내가 알아온 그 분은 정말 꼼꼼하신 분이니까.. 라고 끝까지 얘기하다 싸움날뻔..
                                                                   

모든 걸 의심하라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라.

약점을 내어주지 마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라.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마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용해 이상을 현실로 바꿔라.

     [장태준의 보좌관으로서의 신념, 보좌관 中]


다시 보좌관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많은 이정재를 보았는가. 말 없음을 미덕으로 여기던 보디가드 청년은 어디가고 (1995년이다..) 신념을 권력의 힘으로 달성하려는 보좌관 '장태준'으로 돌아온 중년의 정재. 2009년 참혹했던 용산 철거 참사를 다룬 두개의 문이 떠올려지는 설정이 있다. 이정재는 이 용산 철거를 지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래서 좌절하고 더 올바른 세상을 만들려면 더 큰 힘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경찰 출신이다. 극중에서 경찰직을 버리고 국회로 들어와 10년 넘게 영감 뒷치닥거리로 절차탁마하며 국회의원의 꿈을 향해 다가간다. 비록 시작은 순수했으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둠과도 손을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순간 나는 변해가는 이정재의 모습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정치판은 승자가 모두를 가져가는 싸움판이니까. 이기려면 결국 처음에 가지고온 신념을 하나씩 지워갈수밖에 없다.                                


과정 보시지 마시고 결과만 보세요. 지금 그게 중요해요? 이기는게 중요하죠.
세상을 바꿔보겠다면서요 그럼 어떻게든 이겨야 뭐라도 할 것 아닙니까.
저기 저 사람들이 왜 매년 여기와서 시위하고 있는지 아세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으니까요.

의원이 돼서 힘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양심 얼마든지 팔 수 있어
힘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그깟 오물 좀 묻으면 어떻다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는 인간들은 법 뒤에서 웃고 있는데
형님은 어떻게 이러고 있습니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면 희망도 없다.
내 세계를 깨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먹힐 뿐이다.
변해야한다. 정직은 서글펐고, 가진것은 초라하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어둠에 물들지라도, 돌이킬 수 없을지라도.
이젠 이것이 나의 길이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후회가 찍혔다.
하지만 돌아보지마라. 이제는 멈출수가 없다. 빛을 밝히려면 어둠속으로 들어가야한다.
[장태준의 대사. 보좌관 中]



이정재가 뫼시는 국회의원 '송희섭(김갑수-아이러니하게 지정생존자에선 인간니 넘쳤던 대통령으로 나온다;)

'은 그동안 보아왔던 다양한 리얼 국회의원 영감님들을 생각나게 한다. 혐오스런 유행어 제조기 준표옹과, 어느 순간 이후부터 내딛는 발걸음마다 헛발질하는 무성아재,  정치 여우 100단 박지원, 그 외 꼴보기싫은 자한X과 바른XX당의 아주 다양~~한 할배 아재 등등을 짬뽕해놓은 캐릭터. 대사도 하나하나 주옥같다..                                

지들도 벗기면 때가 한 바가지가 나올 것들이 뭘 저리 깨끗한 척하고 지랄들이야

원래 똘똘 뭉친것들은 찢어놔야 일이 수월해져

나는 외양간 떠난 소 굳이 안 잡는다. 그냥 잡아먹지

욕심내지 말어! 숟가락이 크면 입이 찢어지는 법이야

말 안드는 소새끼를 어찌하는 줄 알아?
코에 이렇게 코뚜레를 끼워서 끌고 다니는거야. 그래야 엄한 데로 안가지.

일 다한 소 잡고 있음 뭐 하겠습니까, 여물값만 들지, 이럴때 잡아먹어야죠

내가 국회의원이 될 때 제일 먼저 버린 게 뭔줄 알아?
바로 수치심이야. 그걸 버려야 정치를 할 수 있는거야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들이 누굴 것 같아?
가진 것도 없는데 이거(머리)만 좋은 놈들이야.
쥐뿔도 없으면서 혼자 여기까지 큰줄 알아요.
소새끼든 사람 새끼든 배를 곯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송희섭(김갑수) 대사, 보좌관 中]



신민아는 또 어떤가? 항상 여리여리, 이세상 미모와 몸매가 아닌 여신으로 등장하지만, 신민아가 주연으로 나온 드라마를 끝까지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보좌관 강선영 국회의원으로 나오는 신민아는 왠지 안어울릴 것 같으면서 어울린다. 이렇게 지적이고 정장이 잘 어울리는 언니(아니..동생..)였나? 신민아를 보며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의원을 떠올랐다. 시즌2에서는 이정재에게 도움 그만주고, 필요하면 그럴 밟고 이용해서 더 높이 올라가면 좋겠다.                                


조갑영을 선택한 건 나야. 그리고 내가 선택하건 내가 버려.

다치는 건 송 의원이야. 내가 송 의원 발에 박힐 가시가 될 거거든.

밟힌다고 가만있을 순 없죠. 예리한 가시가 되야죠. 다시는 밟지 못하게.

손에 쥔걸 버려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잖아요?

충고 감사합니다. 근데 어떻게하죠. 앞으로 더 위험하게 놀아볼 생각인데요.

해야할 말도 못한다면 이 바닥에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죠.

모든 사람들의 삶이 하나의 법으로 재단될 수 없다는 사실에 공감해주시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강선영(신민아) 대사, 보좌관 中]


마지막으로 무소속의 이성민국회의원.. (정진영) 노회찬 의원을 떠올리고 말았다. 아픈 기억, 열받은 기억, 너무 억울한 그 기억. 좋아하고 아껴서 너무나 분통 터졌던 그 기억. 휴.. 대사가 다 맴찢이다.                                


그래도 네가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는거야.

싸움에서 지는게 두렵다고 진실을 외면하지 말자.

이창준이 주는 술에 취하지 마라.

그래도 너무 높게 올라가진 마라. 올라갈수록 바람이 매섭다.

지금은 내가 아니라 널 걱정해야해 우리 후회할 짓은 하지말자.

살면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 너도 나도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태준아 이번만큼은 내말들어. 너무 멀리 가면 돌아오기 힘들어.

가진게 많은 사람들은 하나를 잃어도 쓰러지지 않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하나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거야.
서로가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서로 달라.

정치는 사람을 위한 일이야. 사람을 보고가면 방법이 있을거야.

한번 눈을 감으면 제대로 세상을 보지 못해.
[이성민(정진영) 대사, 보좌관 中]


누구나 언젠가 정치와 대면한다.


정치는 청와대와 국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내 주변에서도 정치가 ing 중이다. 빨간 피가 보이진 않지만 혈투가 벌어진다. 공적, 사적 영역에서 우린 알게 모르게 정치에 몸담고 정치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너덜너덜 마음이 피투성이 된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있다. 정치는 곧 삶이다. 살아가는데 있어 정치는 필수다. 싫어도 해야하는 것, 맞딱드려야하는 것이 정치다. 그리고 나잇살을 먹을수록 그 정치가 내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정치를 주로 남자들이 해왔기때문에, 여성들은 면역력도 전투력도 약하다. 힘들어도 내공을 키워야한다.

정치에서 과정이 중요할까 결과가 중요할까. 이어져온 역사에서 볼때 아직은 결과에 더 무게가 실린듯하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조금씩, 가끔은 뒤로 다시 후퇴할지라도 과정에도 가중치를 두어가고 있다. 그 가중치는 개인이 쏟는 관심과 행동이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러분,
보좌관을 들이십시오. 내공 +1을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2019. 7. 17.
늦은 월요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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