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앞에서 한우를 생각했다

by 노경문

강물은 막히면 길을 바꾸고,
나무는 햇빛이 닿지 않으면 가지를 떨군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자연은 버릴 것을 버리고, 얻을 것을 얻는다.

하지만 인간 세계에서
사라져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가르는 일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미국 중서부의 녹슨 공장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고,
디트로이트 시내엔 텅 빈 유령 같은 거리만 남았다.
자동차 제조공장이 멕시코로 떠날 때,
사람들은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미국이 자동차를 만들 필요조차 없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효율적이지 못한 산업은 자연스럽게 퇴장해야 한다는 논리 앞에서,
수만 명의 노동자는 사라졌다.

그때 트럼프가 나타났다.
"왜 우리가 사라져야 합니까?"
그는 관세라는 카드를 꺼냈다.

방식은 과격했지만, 말은 간단했다.
"상대가 50%의 관세를 매긴다면
우리도 똑같이 매길 겁니다.
이것이 공정입니다."

트럼프의 행동은 무모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질문만큼은 무모하지 않았다.

우리는 정말,
산업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어도 되는가?

이제 우리도 같은 기로에 서 있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코스트코가 있다.
거대한 창고형 매장 안엔 미국산 갈비가 가득 쌓여 있다.
한 팩에 2.5kg, 수준급의 마블링과,
가격은 믿기 어려울 만큼 저렴하다.

옆에는 한우도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는 순간
나는 애써 마음을 돌린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한우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우농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소리 없이 조용히 퇴장할 것이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아무도 보호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한우농가와 전통시장은 지금도 보호받고 있다.
정부는 사료비 지원, 저탄소 인증제, 한우산업기본법 추진 등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30개월령 초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
국내산 한우를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이 수입 제한을 완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하지만,
정부는 자국 축산업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이를 고수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방 출점이 제한되고,
의무 휴업과 심야영업도 금지된다.
전통시장 전용 바우처도 많이 발급된다.

사라져가는 산업을 지키는 데 세금이 들어가고,
정부의 규제는 더 강화된다.

하지만 끝없이 연장전을 치르듯
보호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


혁신 없이 보호받는 산업은 생명력을 잃고,
청년들은 가능성이 없는 그 산업을 외면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산업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약해진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심각한데,
공장에서는 구인난이 이어진다.
청년들은 택배나 서비스업을 선호하고,
생산직은 기피한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공사 인부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바다는 더 적막하다.
외국인 선원들이 그물을 끌어올릴 뿐, 청년은 없다.

제조업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사람은 줄고, 기계는 늘어난다.
일자리는 남아 있지만,
그 일자리와 함께할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진짜 의미 있는 보호는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라,
숨통을 틔워 스스로 숨 쉬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보호이자,
책임 있는 정책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의 수입 자율규제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았다.
보호받는 시간 동안 생산 시스템을 극한까지 밀어붙였고,
결국 '린 생산'이라는 혁신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기준을 새로 썼다.

한국에서도 막걸리 같은 전통주는
한때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젊은 양조인들이 품질과 디자인을 다시 입히며
프리미엄으로 되살려냈다.

보호는 시간을 벌어준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무기력한 생존 될 수도 있고,
부활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이 선택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다.

한 번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으며,
혁신 없는 보호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둘 것인가,
끝까지 지킬 것인가,
지키되 다시 살려낼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국가의 철학이자 공동체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끝내 붙잡은 그것이,
미래였기를 바란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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