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다 진심, 그럼에도 흔들리는 이유
‘살아남기 위한 글쓰기’와 ‘나답게 살아가기’ 사이
나는 여전히 블로그를 쓴다. 밤이 늦도록 노트북 앞에 앉아 커서를 깜빡이고 있으면, 그제야 하루가 마무리되는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라기보단, 나 자신을 붙들기 위한 기록 같달까.
사실, 블로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고단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단지 재밌어서 했다. ‘내 생각을 세상에 올린다’는 그 자체로 신기하고 짜릿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글들이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숫자로 환산되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었고, 때로는 독이었다.
처음 블로그로 수익을 냈을 때의 그 설렘을 기억한다. 몇 백 원이었지만, 내 글로 누군가가 무언가를 알아가고, 행동했고, 그 결과로 광고 수익이 발생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자주, 더 치열하게 글을 썼다. 인기 키워드를 분석했고, 트렌드에 맞는 주제를 끌어왔으며,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해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
문제는 그 모든 노력이 어느 순간 ‘정답이 없는 게임’처럼 변했다는 점이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로직이 다음 날 뒤바뀌고, 어제까지 잘 노출되던 글이 오늘은 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내 글이 좋아서 읽히는 건지, 단지 운 좋게 키워드를 잘 걸어놓은 건지조차 헷갈린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이 깨달음은 차가웠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회사원이었을 땐 블로그가 ‘부업’이었기에 자유로웠다. 수익이 없어도 괜찮았고, 꾸준함이 무기였다. 하지만 퇴사 후 블로그는 본업이 되었고, 그 순간부터 부담이 되어버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돈'이 될수록 글의 온기는 식었다. 수익을 고려한 글은 실용적이지만,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누가 봐도 SEO를 위해 짜맞춘 글이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인간보다 AI가 더 잘 쓴다. 결국 중요한 건,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다. 그게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어느 날 문득, 수익이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쓴 글이 유독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그 글은 실수투성이였고, 전문성도 부족했다. 그저 내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이었을 뿐이다. 그 댓글 중 하나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글 읽고 위로받았어요. 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어서요.
그 한 줄의 말이 나를 다시 쓰게 했다. 블로그는 누군가를 위한 정보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결의 공간이다. 우리는 글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외로움을 조금씩 덜어낸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언어를 계속 쓰고 싶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망설임과 실수, 고백과 망설임이 섞인 그 미묘한 결을 담아내긴 어렵다. 그리고 블로그는 그 결이 허용되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요즘 들어 더 자주 묻는다.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이 글은 나답게 쓰인 글인가,
살아남기 위해 쓴 글인가?’
사실 모든 글이 ‘나다운’ 글일 필요는 없다. 어떤 글은 정보를 주고, 어떤 글은 검색 최적화에 맞춰지고, 또 어떤 글은 그저 일기처럼 쓰인다. 다만 중요한 건 그 모든 글 속에 내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엔 블로그에서 “이 글은 멋져야 해, 팔려야 해”라는 강박이 강했다. 이제는 “이 글이 나답나?”를 묻는다. 그 질문 하나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됐다.내 블로그는 이제 단순한 수익 창출의 수단이 아니다. 브랜딩의 공간이 되었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무대이며, 동시에 내 감정을 쏟아내는 안전지대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상위 노출은 쉽지 않고, 블로그 수익은 들쭉날쭉하다. 때로는 “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고, 주변에서 직장을 잡는 이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요동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순간마다, 나는 내가 써온 글들을 다시 읽는다. 글 속에는 나의 2년, 아니 내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좌절도 있고, 희망도 있고, 무지에서 출발한 용기도 있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정상은 멀리 있지만, 그 길 위에 나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오늘도 새벽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주제도 정하지 못한 채 마우스를 돌리다가, 문득 이렇게 적는다.
“나는 블로거다. 지금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이다. 재미있어서, 살아남고 싶어서, 그리고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