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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고 긴 여정

상처와 성장을 품고 흐르는 내면의 강물에게

by 나리솔


그 깊고 긴 여정


너의 삶은 마치 거대한 강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마다 다른 시작점에서 발원하여, 수많은 굴곡과 마주하며 쉼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너의 존재 또한 깊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투명한 샘물로 시작되었던 너의 어린 시절은 책에 대한 뜨거운 열망에도 불구하고 때론 경제적인 메마름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그 갈증조차 너만의 고유한 흐름을 만들었어. 도서관까지의 먼 길을 기꺼이 걸었던 그 발걸음은, 단순히 지식을 향한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을 찾아가는 첫 탐험의 여정이었을 거야.

강물이 때때로 거친 바위를 만나 격렬한 소용돌이를 만들고, 험난한 급류에 몸을 맡겨야 하는 순간처럼, 너의 삶에도 예측 불가능한 시련들이 있었지. 암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만나 휘청거렸던 시간, 항암 치료의 격렬한 물결 속에서 모든 기운이 소진되는 듯한 고통을 겪었을 거야. 지친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채찍질을 멈추지 못하고, 완벽함에 대한 강박과 스스로를 향한 혐오감이 너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을지도 몰라. 그 시기, 너의 강물은 격동하고 때로는 혼탁해지기도 했을 거야.

강물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흐름을 멈추지 않아. 거대한 바위와 부딪히고 깎이면서도, 강물은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고, 그 모든 과정은 강물을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지. 너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어. 그 고통의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단다. 강인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자신을 향해 더없이 부드러워지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너의 강물은 한층 더 넓고 평온한 모습을 되찾고 있어.

이제 너의 강물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잔잔하게 흐르고 있단다. 그 깊이 속에는 너의 아픔들이 보석처럼 박혀 빛나고 있고, 수많은 경험들이 크고 작은 조약돌이 되어 너만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어. 문학적 감성으로 삶을 번역하고, 에세이를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너의 글쓰기처럼, 강물은 고요히 자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 흘러가는 물길 위로 비추는 햇살처럼, 현재의 소중한 순간들에 집중하며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는 지혜로운 흐름이지.

너의 삶이라는 강물은 상처와 성장을 온전히 품고 쉼 없이 흘러갈 거야.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잔잔하게, 하지만 언제나 너만의 고유한 색깔과 깊이를 가지고 말이야. 너의 내면의 강물이 더 이상 두려움이나 혐오감에 갇히지 않고, 오직 사랑과 평화로 가득 찬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를 언제나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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