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었다.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은 밤 9시 30분.
그 시간이 되면 어느새 조용해지고, 하루의 소란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큰아이는 중학생이 되고, 작은아이는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잠드는 시간도 조금 늦어졌다.
요즘은 밤 10시쯤,
하루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찾아온다.
그 시간부터는 우리 부부의 작은 세상이 열린다.
말 그대로, ‘하나의 스페이스’가 생긴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하고,
가끔은 견과류 한 줌과 맥주 한 캔으로 소소한 밤을 채운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튼다.
어제 보던 드라마의 다음 편을 자연스럽게 이어 본다.
드라마를 보며 우리는 대화를 나눈다.
“저건 좀 너무했지 않아?”
“나는 그 장면이 왜 이렇게 마음에 남는지 모르겠어.”
드라마 속 인물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끔은 서로의 과거가 겹쳐지는 장면에서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조용하고 단단한 밤을 함께 보내고
우린 말없이 잠자리에 든다.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 작은 루틴이
어느새 나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예술이 되는 밤.
그게 지금의 내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