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아이들을 학교를 보낸 이른 시간,
“오늘은 오랜만에 시장에 가자.”
치앙마이에서 가장 크고 활기찬 재래시장.
6년을 살아오며 수없이 드나든 그곳이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꽤 오랜만에 가는 느낌이었다.
무엇을 살지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파, 양파, 오징어, 마늘, 감자, 고구마, 양상추, 망고…
익숙한 동선도 그려본다.
늘 가던 채소 골목을 지나, 해산물 골목을 갔다가.. 과일 쪽으로 가서 마무리.
가끔은 계획이 엉켜도 괜찮다. 시장이란 그런 곳이니까.
시장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아진다.
“일찍 온다고 했는데도 벌써 만차네.”
시장이라는 곳은 늘 우리보다 반 발짝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주차할 수 있는 곳을 돌고 또 돌아 간신히 자리를 잡는다.
안으로 들어서니, 와— 사람, 사람, 사람.
오토바이 소리, 상인의 외침,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
그리고 덥고 습한 공기까지…
이 모든 것이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한다.
손에는 장바구니, 마음속에는 작은 미션 리스트.
하나하나 물건을 채워갈 때마다
이 북적임 속에서도 이상하게 생활의 리듬이 느껴진다.
상인들과의 짧은 대화 안에 정이 있다.
“얼마예요. 많이 올랐네..”
“두리안 지금이 젤 맛있어.”
“먹어보고 맛있으면 여기 계속 와.”
복잡한 동선, 때때로 엇갈리는 발걸음 속에서도
나는 오늘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집에 돌아와, 짐을 풀고
무언가 바쁜 하루를 보낸 것 같은데,
어느새 정리된 식탁 위엔 우리가 고른 재료들이 정갈히 놓여 있다.
어제보다 특별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는 ‘무언가를 제대로 해낸 하루’라는 뿌듯함이 남는다.
재래시장 속에서, 나는 오늘도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았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그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시장 속에서 흘러가는 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잃지 않는 나만의 리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