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런 날, 당신이 와줬다

예상치 못한 점심

by 락임

늘 그렇듯,

오늘도 교실과 교내 식당 사이를 오가며 평범한 하루를 보낼 예정이었다.

학교에서 나오는 정해진 식단, 혹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본 익숙한 식당.

그저 일상이었고, 특별할 것 없는 한 끼일 터였다.


그런데 점심시간 직전,

문득 휴대폰이 울렸다.

“학교 앞이야.”

남편이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그의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한 번 더 뛴다.

늘 바쁜 하루, 각자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우리가

한낮의 태양 아래 같은 곳에서 마주 선 건 오랜만이었다.


학교 근처 작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메뉴를 고르고, 나란히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국 물가 기준으론 살짝 사치스러운 점심.

그래봤자 한국 돈으로 6천 원 조금 넘는 값.

하지만 그 가격보다 훨씬 풍성한 한 시간이 내게 주어졌다.


낯설 만큼 조용하고, 따뜻했던 짧은 여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따라 시간이 참 느리게 가네.”

라는 말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다시 나는 직장인 학교로 돌아왔고,

그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다시 각자의 삶을 살지만

오늘의 점심 한 끼는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오늘,

뜻밖에 찾아온 작은 행복이

나의 하루를 예술처럼 만들어주었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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