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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오프로드

9일 차 <큰 아들>

by 딱따구루이
조식을 먹으며 바라본 식당 창가에 멋진 보라색 식물이 놓여 있다. 하늘은 청량감 가득 파랗고 눈부시게 맑은 아침햇살이 창가로 들어온다.


보통이었으면 벌써 아이들이 일어났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여행의 중반이 되자 피로가 쌓였는지 오전 7시가 넘어 일어났다. 아침 산책을 다녀온 그가 숙소 앞 계단에서 발견했다는 장수풍뎅이 암컷을 가져와 첫째 아이의 손에 올려준다.


"우와!"

아빠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은 아이들이 곤충을 보고 기뻐한다. 소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조식을 오전 7시에 먹겠다고 전날 말씀드렸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전 7시 반에 식당으로 갔더니 벌써 식탁 위에 팬케이크, 토마토와 오이 샐러드, 치즈, 스크램블드에그, 밀밥, 요거트, 꿀 등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주전자에 커피가 내려져 있어 한잔 따라와 마셨다.


"조지아는 커피가 별로 맛이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차려 주는 건지 알았음 시간 맞춰서 올걸."

"그러게, 맛있는 커피 마시고 싶다. 하하"


나이가 들어 애국심이 생긴 건지 이젠 메이드 인 코리아가 좋다. 그래도 산은 조지아가 더 멋지긴 하다.

조식을 든든히 먹고 난 후 짐을 싸고 방을 정리했다. 아이들이 빨간색 마크라메 행잉 의자에 앉아 놀 동안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차에 실었다. 정이 넘치는 인자하신 주인 할머니와 맛있는 조식, 예쁘고 청결한 방아 안녕.


약간의 트레킹을 예고한 그가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달린다.

오르막 비포장 도로를 올라간 지 5분 만에 여기로 가는 게 맞나 싶은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우리가 빌린 차로 이 길을 올라갈 수 있긴 한 거야?"


아직은 죽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뜻을 그에게 전했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목적지까지 올라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롭게'가 그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의 모토이건만 그는 기필코 오늘은 목적지까지 가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일단 십자가 있는 곳까지만 가보자."


올라가는 길에 히치하이킹하는 아이들 3명을 만났지만 태우지는 못했다. 뒷좌석에 이미 우리 아이들이 타고 있었기 때문. 뒷좌석 창문을 열어 이미 아이들과 짐으로 자리가 만석인 것을 확인시켜주자 아이들은 체념하듯 돌아섰다. 그 아이들은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했던 걸까. 히치하이킹에 성공했을까.

좁은 흙길에 깊게 파인 곳이 잔뜩 있다. 차가 크게 꿀렁꿀렁하며 오르막길을 오른다. 가드레일도 없고 여기서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만 머릿속에 한가득이다. 중간중간 물이 고여있는 길을 지나다가 결국 바퀴가 헛돌아 차가 멈추고 말았다. 차에서 내려 판판한 돌 3개를 바퀴 앞에 깔아주자 다행히 차가 앞으로 나아갔다. 이 짓을 몇 번 해야 목적지에 도착할까 셈을 해본다. 두 번? 세 번? 부정적 상상과는 다르게 다행히 더 이상 바퀴가 헛도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엔진오일 과열로 잠시 차를 세워야 했다. 차도 휴식이 필요하다.

날씨는 덥고 차 안이 답답했던 나와 아이들은 옆으로 보이는 가파른 길을 걸어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둘째 아이를 꼬시고 꼬셔 겨우 언덕 끝에 도착하자 남편이 말했던 십자가가 보인다.


'올레!'


그림 같은 풍경이 보이고 이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됨에 감사함을 느낀다.

서둘러 남편을 불러왔다. 눈에 보이는 오르막 정도면 아이들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이상 무리해서 차 타고 올라가지 말자."


하지만 남편의 목적지는 십자가가 아닌 더 멀리 가야 볼 수 있는 빙하 호수였던 것. 아쉬워하던 남편이 주위에 자동차 보닛을 열고 엔진을 식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대화를 한다.


"무슨 얘기 했어?"

"우리 차로 여기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봤어."

"뭐래?"

"못 올라간다고 하더라고."


결국 포기하고 걸어서 언덕 위 카페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도착해 주변을 살펴보던 그가 완만하게 돌아 올라가는 길을 발견했다.


"저 길로 가면 차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반대야. 그냥 걸어서 갈래. 죽을 거면 혼자가."

"그럼 나 혼자 차로 가볼게. 저기 위 언덕 끝에서 만나."


에휴. 누가 우리 큰 아들 좀 말려줘요.


장수풍뎅이 암컷인 줄 알았던 곤충은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쇠똥구리였습니다. 이번에 글 쓰면서 알게 됐네요. 여태 장수풍뎅이 암컷인줄 알았습니다. 하하. 당시에 알았다면 더 신기해했을 텐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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