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중요한 것
어릴 적부터 어머니는 늘 같은 말씀을 하셨다.
“뱉은 말은 무조건 지켜야 해.”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모습 때문인지
말의 무게과 책임감에 대해 항상 강조하셨다.
그땐 그게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정도로만 이해됐다.
그게 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회생활 10년쯤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의 진짜 의미가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에서의 최고의 칭찬은
‘일을 잘한다’도 아니고 ‘머리가 좋다’도 아니다.
진짜로 오래 기억되는 사람은 ‘뱉은 말을 지키는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그 말을 꼭 지키려고 애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키지 않는다'는 표현보다는 '지킬 필요다 없다'는 의미이다.
뱉은 말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신중합니다.
삶의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신중한 것으로 옮기면,
말을 할 때 더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은 애초에 꺼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말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말 자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래서 말은 예외를 두지 않는 가운데서도 예외를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말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려면, 가끔은 그 말에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나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방향을 바꿔야 할 때가 있다.
그건 결코 비겁함이 아니다.
말의 일관성을 고집하다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오히려 더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는 자꾸 선을 긋고 싶어 한다.
본인이 선택했던 방식대로 또 선택을 하고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변화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훨씬 덜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은
흑과 백, 옳고 그름, 좌와 우를 나누고 구분한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회색에 가깝다.
유연한 사람이란 내 말이 맞고 틀리고의 흑백논리보다는
더 나은 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모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진짜 유연한 사람이다.
말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그 말이 끝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지켰든 아니든 충분히 값진 말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