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드립니다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실습생)

by 박재현


중국여자와 중국남자가 식사 배식을 앞두고 복도에 모여 떠든다


그 순간은 마치 연변의 어느 개시장처럼

한국말과 알 수 없는 중국말이 서로 뒤엉켜 활개를 치며 펼쳐진다


병실 안 할머니들은 밥을 기다리며 침대에 앉아 서로를 무시한 채

모두들 자기 이야기만 하며 지리함을 달래고 있었다


이윽고 배식차가 엘리베이터에 실리는 소리를 확인한 중국남자가 벽을 탁 치며 ''온다 온다''를 외치고


올라온 식차를 의기양양 끌고 와서 문을 열면

알간, 조간, 실습생, 간병인 모두들 분주하고 일사불란하게 식판을 들어 나른다


따뜻한 밥을 전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온기를 주고받았다


콧줄을 낀 할머니는 밥 먹는 사람들이 부러워 식판을 든 나를 째려보고


머쓱한 실습생은 애써 따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누군가에겐 행복한 한 끼를 나르고 다닌다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밥을 전해주는 사람

우린 모두 누군가에게 밥을 전달받는 사람


국적이 다르고 언어가, 나이가 달라도

여기선 모두 행복을 주고받는 사람들






- 용어 정리 -


* 알간 : 의료인 면허가 있는 정식 간호사 (RN)

* 조간 : 보조 간호사, 간호조무사를 말함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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