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도 특별한 주말 저녁 보내기
집 앞 문화센터에서 하는 재즈공연을 갔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포스터였는데, 문득 '이번 주말 저녁엔 음악이나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라 그런가. 뭔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작은 소극장에 집 근처에 잠시 마실 나온 가족들이 한가득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부, 노부부, 친구들끼리 온 듯한 젊은이들. 모두 편안한 옷차림으로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거창한 공연장이 아니라 동네 문화센터라서 인지, 분위기가 포근했다.
객석이 채워지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무대 위 네 명의 연주자가 등장했다.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색소폰, 보컬로 이뤄진 그룹. 그들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곡 'L.O.V.E'로 시작했다.
보컬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음악의 리듬에 어깨가 들썩거렸다.
연말에 맞춰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울면 안 돼',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My Favorite Things', 이마트 CM송으로 유명한 'Happy Talk'. 들으면 알 만한 곡들로 채워져 공연의 몰입도가 좋았다.
'My Favorite Things'가 나왔을 때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렸을 때 영화로 봤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그 노래. "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 평소 좋아하던 노래라 신나게 따라 불렀다.
이마트 CM송 'Happy Talk'도 장 보며 한 번씩 듣고 지나가던 노래였는데, 일상에서 흘려들었던 노래가 재즈 편곡으로 연주되니 새롭게 들렸다.
요즘 바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고, 씻고, 자고. 그 반복 속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아니, 여유가 없다기보다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주말에는 조금 편안하게 시간을 즐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오늘 저녁, 한 시간 남짓 동네 소극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거창한 휴가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괜찮다. 집 앞 문화센터, 익숙한 노래, 따뜻한 분위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되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
처음엔 나가기 귀찮았지만, 오늘 저녁 재즈를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의 재즈, 익숙한 노래들, 동네 소극장의 따뜻한 분위기. 가벼우면서도 특별한 저녁시간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또 다음에도, 이런 작은 공연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가봐야겠다.
일상 속 작은 행복. 오늘은 그걸 찾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