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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노트19화] 한국식 개인주의 탄생

핵 개인화

by 민이


지금 한국의 정치·법·제도는 자유민주주의와 개인 권리 확대를 중심에 둔다.
활발한 시장 경제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과 출발선을 가지고 경쟁하며, 각자의 성취를 향해 달린다. 최근 ‘핵 개인화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한국 청년 세대 가치 연구에서도 개인주의, 자기 삶·자유 추구가 뚜렷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교적 가족 중심 문화가 강했던 한국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는 오랜 시간 대가족 → 소가족 → 개인으로 구조가 변해왔고, 이제는 ‘혼자 사는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2023 한국 1인 가구

716만(통계청), (Eurostat 2022)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혼자 사는 문화가 정착된 사회다.
반면 한국은 최근에서야 빠르게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가족 중심에서 정서적 독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었다.
경제 구조 변화와 가치관의 전환이 한꺼번에 밀려온 결과다.

오늘의 한국은 서구식 개인주의와 동양의 정(情) 문화가 겹쳐 있다.
그래서 “개인화 + 가족 책임”이라는 독특한 공존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핵 개인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나는 다섯 가지 전략으로 정리하고 싶다.

첫째, 자기 결정 능력 강화다.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에만 의존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임에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깨달았다.
이제는 각자 전략을 세우고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능동성을 키우기 위해 나만의 학습 시스템을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교육을 찾아 듣고, 스스로 성장 루트를 설계하고 있다.
욕구·가치·기준을 명확히 하고 선택의 근거를 가지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둘째, 관계의 질 관리다.
많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상호 존중이 있는 관계를 선택하는 일이다.

셋째, 경제적 독립이다.
소득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장기적 금융 지식과 자산 설계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OECD 연구에 따르면 개인화된 사회일수록 경제적 자립이 정신 건강과도 깊이 연결된다.

넷째, 정서적 회복력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외로움은 실패가 아니다.
UCLA의 외로움 연구는 고독을 다루는 능력 또한 역량이라고 말한다.
홀로 설 수 있는 힘이, 결국 함께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다섯째, 정체성 관리다.
SNS 속 타인의 인생과 비교하는 대신,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지속적인 비교가 우울과 불안을 높인다고 말한다.
니체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했다.
핵심은 타인이 아닌 ‘나라는 집’을 단단히 짓는 일이다.
그 집이 따뜻하다면, 필요할 때 누군가를 초대하면 된다.

지금 한국은 흥미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집단의 온도를 잃지 않으면서, 개인의 온도를 키워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예전처럼 관계에 잠기지 않으면서도, 서구처럼 관계를 쉽게 끊어버리지 않는다.

우리는 배우는 중이다.
‘함께이면서도 나다운 길’을.
이 여정이 결국 한국식 개인주의의 완성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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