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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Sep 26.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17)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러운 눈동자여 (by 코나)

그렇게 경기도로 올라 3 정도 지난 , 쭈한테 물어봤죠. 걔하고 상협이 헤어졌다던데 너도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더라구요. 진작부터 자기네들 친구들끼리 애관련 고민 상담 많이 했다고 하더라구요. 특히 걔가 자기 생활패턴이 망가지는게 싫었나봐요. 상협이가 이래저래 자기생활에 참견하고 간섭하는거 더는 받아주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싸웠고, 헤어지는 그지경까지 갔다가... 결국 며칠전에 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번에 헤어진 것도 여러가지로 걔한테도 마음의 상처로 남았었나 봐요.  말로는 상협이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남자라 생각하고 연애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걔가 애당초 연애나 결혼같은건 관심없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 자리도 잡고 결혼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있었대요. 그래서 자기를 많이 좋아해주고, 자기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상협이랑 진지하게 연애하려고 했대요. 이번에도 안되면 역시  연애는 안되나보다 하고 생각하려 했대요. 그래서 아까도 말했듯 평소에는 하지않는 화장을 하거나, 치마를 입고, 최대한 상협이한테 맞추려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역시 그런 생활이 자기한테 안맞다 보니 결국 헤어지는 선택을 하게 됐다네요. 걔가 쭈한테 전화로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한숨쉬면서 얘기했대요. 역시 나는 그냥 혼자사는 체질인가 보다... 라고요.

상협이도 그렇지만, 걔도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 많이 받았나봐요. 쭈 얘길 들으니 괜히 내가 걱정되더라구요. 특히 진짜 상처땜에 더이상 연애 못하는거 아닌가 해서요. 아, 이 부분은 나랑 연애 못하는거 아닌가 해서 걱정하는거 아니예요. 얘가 좋다고 생각 한 이후, 난 그냥 얘가 어떻게든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었어요. 그 행복을 나와 함께 한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보다 걔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면 그거대로 좋다고 생각했어요... 웃지말아주세요! 나도 왜 그랬는지 몰라요. 그냥 그땐 그렇게 밖에 생각안했다니까요. 어쨌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깨가 앞으로 다른 사람을 진지하게 못만나는 거 아닌가, 괜히 트라우마 생겨서 나 뿐만 아니라 걔를 다른 사람들도 받아들이지 못하는거 아닌가... 그런 걱정이 들었죠.


뭐, 상황은 어쨌든 그랬고, 우리 사이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죠. 단톡방에서 쭈랑 걔랑 셋이서 얘기하는 것도 늘었고, 한달에 두어번 정도 만나서 점심도 먹고요. 걔 고향이 내가 타고 다니는 기차노선 중간에 있었기 때문에, 대구에서 경기도 올라갈때 잠깐 내릴 수 있었기에 점심약속을 잡을 수 있었죠. 더치커피 배송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죠. 당연한 얘기지만 대놓고 들이댄다거나 돌진하지는 않았어요. 내 천성이 그렇지도 못하고, 아까 얘기한거 처럼 걔도 연애에 대한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인건 분명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진 않았아요. 그냥 좋은 선배로 계속 생각했나봐요. 난 그냥 천천히 조금씩 걔옆에 자리잡아 가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조심스럽게 다가가지만은 않았어요. 전에 한번 겪어봤잖아요. 괜히 소심하게 타이밍만 맞추다가 결국 눈앞에서 걔가 멀어지는  겪어봤잖아요. 다시 나에게 찾아온 걔를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생기면   기회를 잡으리라 생각했어요. 설령 차이더라도...  2월쯤이었나? 상협이랑 헤어지고 4개월 정도 됐을 무렵이었을 꺼예요. 1 말에 일본에 혼자 여행갔다가 이것저것 선물  많이 사왔었어요. 물론  선물도 있었죠. 기념품 샵을 돌아다닐 , 마침 걔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머그컵이 있더라구요. 단순히 머그컵에 그림 그려진 거지만, 캐릭터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낮아서, 아마 국내에선  캐릭터 상품을 거의 취급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이거다 하고  선물을 골랐죠. 그리고 대구 내려가는 , 그날은 오후 연차를 써서  일찍 내려갔어요. 걔한테 일본가서 선물 사왔다고 얘기하고 그날 오후에 주기로 약속을 했거든요.  고향 기차역에 내리니 걔가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안부를 묻고 선물을 전해줬죠. 선물을 꺼내보니 역시나 되게 좋아했어요. 이거 어디서 구했냐고, 우리나라에선 거의 안파는 물건인데 라며 역시나 구하기 힘든 물건인거 한눈에 알더라구요. 고맙다며 저녁 사준다길래 나도 고맙다고 하고 근처 우동집에서 저녁을 먹었죠. 저녁먹으면서 요샌 어떻게 지내고, 취업준비는  하고 있는지, 여전히 쭈랑 나는 티격태격하고 있다고... 그냥 나량  사이에   있는  얘기  얘기    같아요. 그리고 다시 헤어질 시간.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가 도착할  까지 같이 있어 주더라구요. 기차가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얘기를 잠시 멈추고 기차가 들어오는 방향을 바라봤죠.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상황에...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지금 기억이  안나요. 그냥... 지금이 얘기할 때라고 생각했나봐요.

나, 아직 니가 좋아. 넌 나 어떤데?


갑작스럽지만 그래도 덤덤하게 그렇게 걔한테 얘기했어요. 걔는 내 얘길 듣고 잠깐 멍한 얼굴이 되었죠. 놀랍지만, 그래도 이미 내 마음은 알고 있기에 덜 놀라운... 표현하기게 좀 애매하네요. 그냥 놀랐다고만 얘기할께요. 걔는 날 잠깐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숙였어요. 나도 좀 민망해져서 다시 기차가 들어오는 방향을 바라보았죠. 기차가 역에 도착하는지 저 멀리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선배, 미안해요. 저 아직 사람 만나는거 트라우마 있어서... 고마운데, 아직은 선배 만나긴 어려울 거 같아요.


거절당했죠. 하지만 그것만 해도 충분했어요. 내가 싫다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내가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단지 걔가 아직 사람을 못만날 뿐이지, 내가 싫은건 아니었던거예요. 분명 거절당했는데도 조금은 기뻤어요. 괜찮아. 한번은 말 꺼내야 겠다고 생각해서 얘끼했는데... 니 힘든거 아는데 괜히 미안하게 말 꺼냈네. 너무 신경쓰지마. 그냥 알아주기만 하면 고마워. 걔한테 그렇게 얘기하고 기차를 탔어요. 걔는 미안하고 고맙다고만 말했어요. 그리고 자리에 앉아서 창밖으로 걔한테 손을 흔들었어요. 걔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난 뒤, 손을 흔들어줬어요. 그리고 기차가 출발하고 그렇게 둘은 멀어졌어요. 그렇게 두번째 고백, 아니 실질적으로 첫번째 고백은 거절당했지만 그래도 괜찮았아요. 아직은 기회가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까요. 걔 옆에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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