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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에이드 Nov 09. 2021

[소설]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21)

나는 나 (by 주주클럽)

다짐을 한다는 것... 참 좋은거 같아요. 꼭 하고 싶은일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규칙을 만들어주고, 행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지치는 순간에도 나를 지탱해 주는 힘. 다짐이란 건, 꿈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아니, 꿈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라고 해야하나? 나 자신, 그리고 내가 한 다짐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간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단지... 다짐은 힘이 되기도 하지만, 족쇄가 되기도 한다... 그걸 그땐 몰랐던 거죠.


일단 그 당시 내가 알고 있었던 걔에 대해 정리해서 얘기해 볼께요. 쾌활하고 밝은 성격에 만화랑 게임을 좋아해요.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게임도 푸쉬잇업, 그 화살표 올라오는거 맞춰서 발판 밟는 댄스게임요. 너무 처음에 얘기해서 까먹었을 수도 있어요. 어쨌든 그 댄스게임 즐겨하고, 달리는 걸 좋아해서 평소에 런닝으로 운동을 해요. 그리고 반년에 한번씩은 마라톤 대회도 나가더라구요. 42킬로 풀로 달리는건 힘들어서 21킬로 하프코스 달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걔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대학땐 다양한 동아리, 소모임 활동을 했더라구요. 나중에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 모임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온라인 모임과, 친구들끼리 만든 소모임은 계속 나가더라구요. 누구하고도 서스럼없이 잘 만나고, 남녀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친하게 지내려고 했어요. 솔직히 그것 때문에 예전 남자친구들과도 트러블도 좀 있었나봐요. 당연하죠. 자기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랑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질투 안나겠어요? 그런데 걔는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고, 자기 지인들은 그냥 지인인데 왜 남자친구가

자기 인간관계에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하질 못했거든요. 뭐 당시 이부분은 나도 걔랑 같은 생각이었어요. 연인사이라도 서로간의 사생활과 인간관계는 존중해 줘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내가 걔한테 콩깍지 씌인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연애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연인이라고 붙어다니고 애교 부리고 그런거 별로 안좋아했었어요. 걔는 그냥 사귀든 안사귀든 평소처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좋대요. 스킨쉽도 딱히 좋아하진 않더라구요. 아니, 접촉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여자들 보면 팔짱도 끼고 잘 붙어다니잖아요. 대놓고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한번씩 동성친구들이 팔짱낀다거나 건드리는 것에 흠칫흠칫 많이 놀라더라구요. 옛날에, 즉 나랑 만나기 전에 나한테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간지러움 같은거 많이 타서 남들이 건드리는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뭐랄까? 누군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거부감이 있나 보더라구요. 많은 사람들과 친한 건 좋아하지만, 너무 자기 사생활에 깊이 다가오는건 싫어하나 보더라구요. 그게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요. 그나마 상협이가 가장 가까이 지낸거 같네요. 걔도 자기 성격 알아서 상협이랑 만날때는 많이 고쳐볼려고 했다고 하니까요. 결국 못 고쳤지만...


그래서 걔와 함께 하게 됐을때부터 다짐을 한 것이 있어요. 걔를 위해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것들을요. 먼저 담배 절대 피지 말것. 이거야 뭐 걔랑 약속한 거니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께요. 두번째로 절대로 걔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 솔직히 걔한테 친한 남자들이 많긴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걔가 인간관계가 좋아보여서 괜히 부럽기도 했어요. 이 부분은 걔를 좋아할 때 부터 늘 생각했어요. 걔가 사람들을 많이 아는 것은 좋은 것이다. 많은 남자들과 친해도 괜찮다. 걔가 아는 남자들 중 내가 가장 꼭대기에 있으면 된다. 가장 걔를 좋아하고, 걔를 이해하고, 걔를 챙겨줄 수 있는 사람. 언젠가 걔가 역시 선배가 최고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었죠.


세번째로 절대로 급하게 다가가지 말자. 나도 알긴 했어요. 걔가 나만큼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요. 좋은 선배고 호감 정도는 있지만 평생 함께할 사람으로는 글쎄?라는 정도 아니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그마저도 어쩌면 좋게 생각한 거일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걔는 날 받아줬어요. 나를 받아줬기 때문에 내 노력이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죠. 한참을 달려왔어요. 이제야 걔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천천히 걔한테 가까이 다가가야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급하게 다가가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갑자기 붙어 다닌다거나, 애교 부린다거나, 애인이니까 이런거 해야된다거나... 그런거 말고, 그냥 지금과 같이 편안하게, 그리고 천천히 점점 걔 생활에 내가 스며들어가야 된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절대로 걔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자. 걔가 좋아하는 것만 하자. 절대로 걔한테 무언가를 바라지 말자. 언제나 걔를 보살펴주면서 항상 옆에 있어줄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걔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자. 만약 내가 모자라서 헤어지자고 해도... 걔가 원한다면 그것마저도 받아주자.

그렇게 걔를 위한답시고 스스로 다짐을 했죠. 이 다짐은 나를 버티게 한 힘이 되었지만... 나를 붙잡는 족쇄가 된다는 것은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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