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계약을 한 순간부터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로 선택되었다. 호기심과 들뜬 마음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바뀌는 순간, 끝없이 이어지는 스트레스와 몸살이 매일 반복된다. 몸이 힘들면 의지도 약해지듯이 주말 작업 이후에는 어김없이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뒤따랐다.
같은 패턴으로 한주 한 주가 지날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나는 물러설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안 하기란 불가능하다. 미장을 하고 나서는 페인트칠을 해야 하고 그다음엔 바닥을 하고 조명을 하고 뭔가를 계속해야만 한다. 월세가 나가고 있고 그걸 계산하는 것이 사업가의 숙명인 셈이다.
지난 4주간을 돌아보고는 새삼 깨닫는다. 떨쳐내고 싶어도 단 한순간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나의 패역한 그림자가 마침내 뜨거운 태양에 녹아버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고된 노동에 포함된 스트레스와 몸살까지도 신의 축복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분노를 쏟듯 열정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이전의 나를, 과거의 불행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이젠 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