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이유
만 3살인 딸아이가 요즘 스티커북에 푹 빠져있다. 다이소에서 파는 뽀로로 스티커북을 열몇 권은 사다 한 것 같다. 동물, 꽃, 한글, 공룡 등 주제도 다양하다.
오늘도 스티커북이 하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남편이 늦은 저녁에 다이소까지 운전해 가서 한 권을 또 사 왔다. 이번에는 '숫자'를 주제로 한 스티커북인데, 1부터 50까지의 숫자를 여러 사물을 활용해 설명하고, 곳곳의 빈칸에 스티커를 붙이는 식이다.
아이와 침대에 앉아 스티커북을 펴놓고 숫자를 세어 가며, 스티커를 붙여가며, 놀이를 한다.
"곰인형이 몇 개 있지?"
"웅 한 개!"
"맞았어~ 여기 스티커도 붙여보자"
"강아지는 몇 마리 있지?"
"두 마리!"
"맞아~"
한 장 한 장 넘겨가는데, 숫자 15에는 꽃이 열 다섯 송이 그려져 있다. 몇 군데 꽃은 비어있고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엄마 이건 어디 붙여야대?!"
"여기~ 꽃 열다섯 송이가 되도록 스티커를 붙여봐"
꽃 스티커들을 알맞은 자리에 붙이고는 잠시 나를 바라본다. 이내 작은 두 손을 꽃받침 모양으로 모아 내 얼굴 밑에 갖다 대더니,
"여기 꽃 한 송이가 있네~"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며 어머나~!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세상에~ 엄마도 꽃이야? 그런 예쁜 말은 어디서 배웠어!"
조그마한 아이가 정말 이런 건 어디서 배웠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아이에게 해줬던 말이다..!
종종 산책하다 꽃이 보이면 아이는 "저기 꽃이 피었네~ 이뿌다!" 한다. 그럼 나는 아이 얼굴을 감싸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딸도 꽃인데~?"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는 불현듯 내가 하는 칭찬이나 훈육의 말들을 조건부 사랑으로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엄마가 너를 왜 사랑하는지 알아?"
"......?"
"너라서, 그냥 너라서 사랑하는 거야.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해. 알았지?"
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어느 날은 딸이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내가 엄마를 왜 사랑하는지 알아?!"
"......?!"
"엄마라서!"
내가 한 말을 나에게 그대로 해준다.
아이가 하는 모든 말들은 나에게서, 남편에게서, 우리에게서 시작된 것이구나!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이의 마음속에 긍정적인 말들 친절한 말들을 더 많이 가득 채워 주어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