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기저귀 떼기로 깨달은 사실
아이가 38개월로 만 3살이 지났지만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았다. 보통 18~30개월 사이에 떼고 요즘에는 늦게도 많이 뗀다. 아이가 예민한 편이라 서두르지 않았고 30개월 전후로 아이 기저귀 떼기를 시도했었다. 아이 어린이집 친구가 24개월에 며칠 만에 기저귀를 뗐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급해진 것도 있었다. 아기 변기와 한참 친숙해지게 하고, 일주일 전부터는 '이제 변기에 쉬하는 거'라고 반복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육아는 뭐든 부모가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에, 기저귀를 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적극적으로 유도를 하기 시작했다.
변기에 쉬하는 거라고 여러 번 설명을 해주자 밤에 더 이상 기저귀가 젖지 않았다. 밤새 소변을 참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물을 많이 마신 후에는 타이밍을 보고 변기에 앉혀 소변을 유도했다. 며칠 시도를 하다 보니 드디어 처음으로 변기에서 쉬를 하게 되었고 '와 우리 아기 진짜 진짜 잘했네~ 정말 대단하다!'며 오버해서 칭찬을 하고 안아주었다. 변기에 앉기 싫어했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주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기저귀 떼기를 유도했다. 그리고 변의가 있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변기에 앉혀, 변기에 대변을 보는 것도 성공했다. 역시나 마구마구 칭찬을 해주며 아이를 북돋아주었다.
그런데 변기에 대변을 본 날 유난히 엉엉 울더니 다음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변기에 앉기 싫어서 소변과 대변을 모두 참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기들이 처음 변기에 대소변을 할 때의 느낌이 번지점프 하는 수준으로 충격적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밀어붙이면 따라올 거라는 생각으로 기저귀 떼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대소변을 참기 시작한 후로 특히 밖에서는 절대 대소변을 하지 않았는데, 어린이집 등원해서 하원할 때까지 7시간 동안 소변을 참았다. 어린이집에서 몸을 베베 꼬고 데굴데굴 구르면서까지 소변을 참아서 결국 한동안 일찍 하원을 시켰다. 집에 데려와서도 엉엉 울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소변을 참다가 어쩔 수 없이 쉬가 나오게 되면 그때 소변을 보는 식이었다. 이제는 아기 변기를 치우고 다시 기저귀를 입혀도 소용이 없었다. '변기에 안 해도 돼, 바지에 해도 되고 기저귀에 해도 돼'라고 알려주고 쉬를 한 후에는 '정말 잘했다'며 아무리 긍정적인 말과 칭찬을 해줘도 나아지지가 않았다. 때가 되었다고 마음의 준비도 안된 아이에게 무리하게 배변훈련을 시켰구나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었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엄마는 칭찬도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쉬 안 해도 괜찮아. 너 하고 싶을 때 해'라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하셨다. 쉬를 한 후에도 잘했다고 하지 말고 '응 했구나' 하고 담담하게 반응하라는 것이었다. 엄마의 조언대로 아이가 엉엉 울면서도 쉬를 참으며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는데 "쉬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하고 나직하게 얘기해 주었더니 갑자기 아이의 찡그린 표정에 힘이 스르륵 풀리면서 편안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쉬를 한 후에도 "엄마, 했어" 하는데 그냥 "응 쉬 했구나" 한마디 하고 다시 내 할 일을 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아이가 쉬를 참는 것이 점점 나아지고 없어졌다. 그때 알게 되었다. 지나친 칭찬은 폭력과 다름없다는 것을. 아이에게 칭찬으로 강요를 하며 배변훈련을 하는 게 아이에게 정말 큰 마음의 부담이 되었었구나를 그때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그런 칭찬이 난무한다. '너 분명 잘할 수 있잖아. 너라면 이거 꼭 해낼 거라 믿어.'라며 일을 떠맡기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 거절 못하고 자신을 혹사시키게 된다.
아이도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다. 칭찬이라는 껍질 속에 숨어있던 엄마의 조급한 마음, 강요하려던 마음을.
그렇게 기저귀 떼기를 실패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분히 아이의 마음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칭찬으로 아이를 내 맘대로 이끌어가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이렇게 매일매일 배워가며 육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