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사랑과 책임의 윤리

- 안개는 사랑을 덮을 수 있는가

by 이한

안개가 내려앉은 해무 속, 사람의 얼굴도, 표정도, 경계도 흐려진다.
사랑은 그 안갯속에서 태어났고, 죄는 그 안개 뒤로 조용히 숨어버렸다.


형사 해준은 안다. 서래가 죄인인지, 피해자인지,
혹은 그보다 먼저, 사랑이라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그녀의 말은 늘 모호했고, 눈빛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품었다.
그 어떤 확신도 내릴 수 없을 만큼, 그녀는 완벽하게 흐릿했다.
마치 사랑이란 감정 자체처럼.


그리고, 그 장면.
서래는 자신을 천천히 모래 속에 파묻는다.
죽음을 말하지도, 이별을 고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그저, 완벽하게 사라지는 법을 안다.


해준은 그 자리에 남아, 그녀가 남긴 마지막 흔적조차 지워져 가는
그 풍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흐르는 건 정훈희와 송창식의 듀엣으로 울려 퍼지는 〈안개〉.

“안갯속에 숨은 그대여,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아름다운 노래다.


그 노래는 안개처럼 사랑과 죄, 욕망과 책임을 덮고 스며든다.


나는 그 순간, 멈췄다.

이별은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완성될 수 있구나.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때때로 죄보다 더 깊은숨을 쉴 수 있구나.


《헤어질 결심》은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안개처럼 퍼져와
한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잠식한다. 서래는 안갯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마치 오래전,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졌던 안나 카레니나처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마지막 선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완벽하게 덮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죄를 지었다면,
나는 그 죄를 밝힐 것인가, 아니면 사랑으로 덮어버릴 것인가?


그리고, 사랑으로 덮은 그것은 결국 내 죄가 되는가,
아니면 그의 죄가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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