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

- 가장 먼저, 어머니께 띄우는 시편지

by 별숲지기

결혼 후 62년,

여든넷 어머니가 홀로

구십 남편의 대소변이 죄다 미워질 때

다섯 손가락에 새겨진 오남매 떠올리며 마음이 흡족하네


스물 둘에 낳은 큰아이는 00교육청 교육장

스물 넷에 낳은 둘째는 00시청 00팀장

스물 여섯에 낳은 셋째는 00동사무소 동장

스물 아홉에 낳은 넷째는 00초등학교 행정실장

서른셋 지쳐 낳은 막내는 00고등학교 진로교사


비나이다, 비나이다 조상님께 비나이다

그저 우리 오남매 모두모두 나랏밥 먹게 해주소서

남편이 못한 밥벌이 우리 오남매가 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스물두 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애낳기, 농사짓기, 돼지치기, 소키우기

이리저리 기웃기웃 돈 되는 일 찾아다녀

돈모아 집사고 그 돈으로 공부시켜

오로지 오남매 공무원 만들기


햅쌀 시루떡과 맑은 물 장독대에 올려

조상님 모시기에 온 마음 다해

하늘 향한 기도가 오남매의 불꽃이 되어주었네


어느덧

공직을 떠나는 나이가 된

오남매의 한숨 소리에 더 크게 아파하다가

하늘보다 땅보기가 더 편한 우리 엄마


지쳐 나은 막내딸은 51이 되어

15살 딸아이의 방황에 허덕이는데

쉰한 살 우리 엄마는

큰손녀를 돌봐준 할머니였다지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흰 머리와 굽은 허리가

노인이라고 알려주지만


마음은 육체를 따르지 않아

고왔던 그시절 그대로인걸

어느덧 알게된 다섯 남매의

깊숙이 간직한 반성문에는


때로는

여든넷의 나이를 먹기까지

당신의 슬픔을 하염없이 풀어내고

따뜻하게 기대어

아이처럼 편한 잠에 젖어들고 싶으련만

단한번도 당신을 위한 시간이 없었음에


이제는

오남매의 든든한 매듭으로 일궈낸

빛나는 이곳에서

흡족히 기대어주세요.


어머니의 굽은 허리가

힘에 지쳐 땅에 닿으면


그 자리에는

분명히

불꽃이 된 어머니의 소원이

빛나고 있을 거예요.


- 2024. 5.8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어머니께 드립니다.



오랫동안 아버지를 간병하시는 어머니,

그럼에도 늘 웃음으로 자식들을 환하게 맞이해 주시는 어머니


오남매 모두 공무원의 길을 걷게 하신 어머니의 시간이

참 신비롭기에

이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