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배달전문 식당
40대 에는 알바라도 써주지만 50대 되면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 아줌마다.
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50대가 된다. 그때 날 불러주는 일자리가 있을까? 겨우내 이런 고민을 했다.
봄이 지나고 꽤 의젓해진 초등 3학년 작은 아이를 보면서 드디어 용단을 내린다.
'파트타임 알바라도 해보자.'
그날부터 요즘 많이 사용한다는 당근알바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알바 시간은 아이가 학교를 마치기 전에 일을 끝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1~2시로 정한다.
이 시간은 아줌마 알바계의 로얄타임으로 지원자가 많고, 올라왔던 알바공고도 금방 사라진다.
지원자가 많으니 바로바로 채용으로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알바 시급은 대부분 최저시급인 10,030원이었고
업종은 요식업이 많았다. 주방보조나 서빙 등의 일자리.
전업이 되기 전 나는 경력 10년 이상의 영양사였으므로 조금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출퇴근 동선과 업무프로세스를 떠올려 본 후 적합해 보이는 몇 군데에 지원을 했다.
지원서에는 영양사 경력과 조리사 자격 등등 요식업계에 관련한 경력사항을 간단히 썼다.
지원하고 5분이나 지났을까? 놀랍게도 당근챗이 왔다. "당근!"
헐레벌떡 확인해 보니
고기 구워 배달 세트를 만들어서 라이더에 전달해 주는 배달 전문 고깃집에서 보낸 챗이었다.
핸드폰 번호를 남기며 전화를 달라고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당근알바 지원한 사람인데요."
'어색 어색'
"네, 지금 면접 보러 오실 수 있나요?"
'헐 지금?'
"지금요? 집에 있어서 준비를 하나도 안 했는데요?"
"무슨 준비를 해요. 그냥 와서 한번 보세요. 오실 때 이력서 가지고 오시고요."
'헐'
"알겠습니다. 그럼 몇 시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답하고는 부리나케 준비를 마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력서를 출력해 집을 나선다.
막상 가보니 지도에서 본 것보다 위치가 애매하다. 걸어가기엔 멀고, 버스를 타도 내려서 꽤 걸어야 했다. 길에서 시간을 많이 쓰겠다 싶다. 한참 걷다 보니 고깃집 간판이 보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게 앞까지 도착해서 숨을 길게 내쉰 후 가게 문을 연다.
"딸랑~" 경쾌하게 울리는 도어벨.
문을 열자마자 느낀 건 매캐한 탄내와 고깃기름 찌든 내였다.
'우왓! 여기 환기 좀 해야겠는데'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얼른 추스르고 "당근 알바 면접 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내부를 둘러보니 알바 한분은 안쪽 주방에서 고기를 굽고 계시고, 다른 두 분은 소스통에 소스를 소분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인사를 하시면서 주방으로 들어가 한쪽에 의자 두 개를 놓아 자리를 만들어 두신다. 이쪽으로 앉으라고 하는 모습이 젠틀하면서도 친절해 보이는 분이다.
자리에 앉으면서 주방을 스캔한다. 가운데는 가스화덕이 있어 철망에 고기를 넣어 빙글빙글 굴려가며 굽는 장치가 있었고 가장자리로는 스텐 조리대와 개수대가 보인다. 깔끔하지도 많이 지저분하지도 않은 보통의 주방느낌이다. 다만 안쪽으로 들어오자 매캐한 탄내가 더욱 많이 났다.
'여기서 몇 시간 고기 구우면 고기 기름에 완전히 쩌들겠는데.' 나는 아직 채용이 된 것도 아니면서 김칫국을 사발로 들이키고 있었다.
면접은 생각보다 별 내용이 없었다. 뭔가를 많이 묻지 않는다. 이력서와 얼굴을 훑어보시더니 언제부터 하실 수 있냐고 돌직구로 물어보신다.
'뭐라고 대답하지. 냄새 너무 지독한데..... 여기서 5시간을 있을 수 있을까'
이번 달 들어 최고 난도의 선택이다.
출퇴근길, 시급, 근무환경 등등의 모든 요소를 총 동원해 계산해 본다.
'그냥 며칠이라도 해봐? 다른 일을 구해?' 머릿속에선 별별 생각이 다 떠돌고 있다.
2025 당근 알바! 아줌마의 선택은!
"제가 알바 초보라서 잘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일이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요. 시간 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아줌마는 포기하고 말았다.
사장님은 "일 쉬운데... 할 수 없죠 뭐."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벌떡 일어나 안녕히 계시라는 인사를 남기며 고깃집을 급히 떠난다.
"딸랑~"
도어벨이 다시 경쾌하게 울리고, 나는 미세먼지가 약간 있지만 상쾌한 바깥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