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차 냄새와 밥짓는 냄새로 시작하는
우리 집 전업아줌마 - 나 - 의 하루는 아침 6시 20분에 시작된다.
그녀는 6시 20분 알람이 울리면
일말의 주저 없이 로봇처럼 벌떡 일어나
암막커튼을 치고 전기장판의 코드를 시원스레 뽑는다.
주방으로 비척비척 걸어가서 주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주전자를 휘휘 헹궈 정수기 물을 받고, 볶은 보리를 물에 헹궈 넣는다.
아이들이 보리차를 식수로 싸가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아침 보리차를 끓이고 차게 식히는 것이 기상 후 첫 번째로 할 일이다.
보리차를 인덕션에 올려두고 압력솥에 밥을 안친다.
그녀는 전기밥솥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침저녁으로 2번. 새로 해서 뜨끈한 밥을 먹는다.
남편이 아침 7시 정각에 아침밥을 먹기 때문에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오늘 아침메뉴는 어제 저녁으로 먹은 시금치 된장국에 소불고기, 브로콜리 삶은 것과 배추김치, 오징어젓갈, 금방 부친 달걀프라이다. 여기에 그때그때 집에 있는 과일을 깎아 내놓는다.
남편은 6시 40분쯤 일어나 샤워를 한 후 스킨,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말린다.
남편이 씻는 소리가 난다. 그가 씻기 시작하면 마음이 조금 바빠진다. 아침 준비에 속도를 내본다.
압력솥의 추가 칙칙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칙칙칙칙~"소리가 활기차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잘 끓여진 보리차는 불에서 내린 후 찬물을 받아둔 큰 볼에 담가놓고 스텐팬의 예열을 시작한다.
밥이 지어지고, 팬이 예열되는 사이 부리나케 과일을 손질한다.오늘은 오렌지와 방울토마토다. 오렌지는 빡빡 문질러 씻고 세로로 4등분한다. 껍질을 까 과육을 분리한 후 3등분 한다. 오목한 볼에 오렌지를 담고 미리 씻어둔 방울토마토를 그 옆에 얌전히 담는다. 과일 접시가 완성된다.
스텐팬의 예열상태를 확인해 본다. 팬 위에 흐린 물결무늬가 가득한 것을 보니 예열이 잘 됐다.
스텐팬에 달걀을 깨서 넣는다. 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경쾌하다. 예열이 잘 돼서 하나도 달라붙지 않는다. 후훗. 기분이 좋아진다.
때 마침 밥도 완성. 압력솥을 불에서 내리고 시금치 된장국을 데운다.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으며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국에 불을 끄고 소불고기 냄비를 냉장고에서 꺼내 불에 올린다. 소불고기가 데워지는 동안 식탁을 행주로 닦는다. 식탁의 물기가 마르면 진한 파랑의 실리콘 식탁매트를 깔고 숟가락을 놓는다.
그녀는 빠른 몸놀림으로 과일접시와 투명 유리잔에 따라 황금색으로 빛나는 보리차 한 잔을 갖다 놓는다.
달걀프라이와 소불고기를 담은 작은 접시도 보기 좋게 놓고, 세 군데로 나눠진 삼절접시에는 김치, 브로콜리 & 초장, 오징어 젓갈을 조금씩 담는다. 아침에는 반찬을 많이 먹지 않기에 신경써서 조금 담는다. 잔뜩 담아 남으면 잔반처리는 모두 우리 집 전업아줌마 - 나 - 가 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한다.
마지막으로 밥을 푼다. 압력솥 추를 한쪽으로 재껴 김을 빼고 뚜껑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구수하고 맛있는 밥 냄새가 퍼진다. 아침의 냄새다.
주걱으로 밥을 살살 풀어주고, 코렐 밥그릇에 절반 정도 담기도록 언덕모양으로 푼다. 달큰하고 구수한 맛의 시금치 된장국은 건더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에 맞춰 건더기를 넉넉히 담아준다. 식탁매트에 밥과 국을 가지런히 올리면 아침상 완성.
"여보, 식사해요."
남편이 방에서 나와 식탁에 앉는다. 그는 먼저 과일을 한 조각 먹은 후에, 브로콜리에 초장을 찍어서 먹는다. 밥을 한 술 뜨더니 뜨거운지 호호 분다. 소불고기를 입에 넣고 된장국도 한 술 떠서 먹는다. 건더기를 많이 건져서 먹는다. 오징어 젓갈을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는다. 국을 훌훌 마신다. 남편은 오늘 아침도 밥을 잘 먹는다. 일어나기 귀찮을 때도 많지만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꽉 찬다.
냉동실에 넣은 밥이 혈당을 덜 올린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뜨끈하게 금방 지은 밥을 먹고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 매일 아침 새 밥을 한다.
밥 먹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차게 식은 보리차를 아이들 텀블러에 담는다. 물을 가득 담고 뚜껑을 꽉 돌려 잠근다. 물병 겉면에 묻은 물기를 깔끔하게 닦아준 후 식탁 가장자리에 올려둔다.
이제 아이들을 깨울 차례다. 아이들 방에 살그머니 들어가서 전기장판을 끄고 커튼을 걷는다. 방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아이들은 오징어처럼 몸을 구부리며 햇빛을 피한다. '일어나기 싫겠다.' 하는 마음이 들지만 지금 일어나야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나갈 수 있다. 그녀는 거실로 걸어가 EBS채널을 틀고, 볼륨을 조금 키운 다음 큰 소리로 외친다.
"얘들아, 아침 해 떴다! 친구 만나러 가자!"
보리차 끓이는 냄새와 밥짓는 냄새로 시작되는 아침.
전업아줌마의 아침은 의외로 조금 바쁘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