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카페를 찾던 시절
처음 싱가포르로 이사를 하고 동네에 마음붙일 카페를 찾아나섰었다. 집 근처에 작은 식당도 많고 오래된 가게도 많았다. 그곳을 하나 하나 탐방하며 새로운 곳에 사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여행으로 왔을 때는 굳이 오지 않던 동네였다.
그 동네에 내가 좋아하던 카페가 두 개 있었다. 카페 S는 집에서 걸어서 1분, 작은 공원을 끼고 호텔 1층 구석에 자리한 조용한 카페였다. 커피맛이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사람이 없어서 주말에 종종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하지만 호텔 주인이 바뀌면서 그 카페는금세 문을 닫았다.
카페 W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는데,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층고가 높았고, 자전거가 한쪽을 가득 채운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커피와 음식 맛도 나쁘지 않았다. 단점은 사람이 항상 많다는 점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싱가포르에서 나름 알아주는 핫 플레이스였다. 구글 평점도 높고. 주말에 데이트하듯 가기에는 좋았지만 혼자 자 슥 가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운 곳이었다.
그 뒤로 이사를 두어번 했는데, 그 중 한 집 근처에서 나는 최애 카페를 만났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그 동네는 큰 공원을 끼고 있어서 맛집이 많은 동네이기도 했지만 서양인 구성이 높아 아침새벽부터 여는 카페가 많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한 잔 하는 즐거움이란.
카페 세 곳은 각자 특색이 달랐다. 덕분에 그날그날 상황과 기분에 맞춰 골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카페 P는 커피맛이 단연 최고였다. 호주식 커피를 팔았는데 Flat White가 최고였다. 잠시 놀러왔던 친구 하나는 인생커피를 맛보았다며 극찬을 하고 갔다. 진한듯 부드러운 커피에 우유가 적당히 올라간 커피를 꼭 유리잔에 내어 줬다. 처음에는 유리잔이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는데, 익숙해지고 나니 그 맛과 함께 각진 유리잔의 감촉이 같이 떠올랐다.
카페 D는 이탈리안 가게였다. P와는 달리 음식도 같이 파는 곳이었다. 난 카페 D의 바깥자리를 좋아했다. 바로 앞 공원에 드리운 커다란 나무와 하늘을 볼 수 있었고 눈부신 햇살도 느낄 수 있었다. 커피맛은 더 진하고 쌉싸름했는데 라테는 우유맛이 강해서 이 집에 가면 카푸치노를 시켜먹곤 했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썼다.
마지막 카페 A는 정말 유명한 집이었다. 피크타임에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이 카페는 이른 아침에나 갈 수 있었다. 트렌디한 내부는 물론 바깥자리까지 어딜 앉아도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특히 이 집은 Magic이라는 진한 커피가 일품이었다. 분명 샷이 추가되어서 진한데 어떻게 그 밸랜스를 우유와 함께 기가 막히게 맞추었다. 난 아직도 그 동네에 가면 카페 A에 magic을 먹으러 간다.
동네 최애 카페는 마음붙일 곳 없는 싱가포르에서 나만의 작은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커피맛이 좋으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느 부분 하나 마음에 들면 그걸로 그만이었다.
지금 동네에는 잘 가는 카페는 있지만 아직 이런 최애는 만나지 못했다. 어쩌면 그만큼 내 마음이 가라앉아서, 기댈 곳이 덜 필요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