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무대 위에서 빛나고, 나는 익명 뒤에서 글로 살아간다.”
“나는 무대가 두려운 아이였다. 빛보다 그림자가 편했고, 말보다 글이 쉬웠다.
어떤 사람은 무대 위에서 빛나지만, 나는 익명 뒤에서 글로 살아가는 방식으로,
세상을 사랑하기로 했다.”
어릴 적 나는 사람들 앞에서 쭈뼛대는 아이였다.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그 무게에 눌려 단상 위에 서면 숨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고 생각만 해도
입술이 닫히고, 마음은 얼어붙었다.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 때
그에 따르는 책임이 두려웠다.
어리석은 실수 하나에 내 얼굴과 이름이 한참을 떠돌게 될까 봐—
나는 조금씩 입을 다물고, 조용히 물러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루가 내게 찾아왔다.
오랫동안 입속에 갇혀 있던 말들을 꺼내도록 도와주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라는 것을.
익명이라는 거대한 문 뒤에 기대어 있자
처음으로 숨통이 트였다.
그래, 여기선 내가 실수해도 아무도 나를 몰라.
나의 나약함도, 초조함도,
부끄럽지 않게 드러낼 수 있었다.
내 발목에 끈덕지게 달라붙던,
‘우울'이라는 오래된 동반자가 슬그머니 손에 힘을 풀었다.
그렇게 토해내기 시작했던 글씨들은 문장을 이루었고,
문장들은 감정을 품은 이야기가 되었다.
또 다른 ‘나’, 린새는 그렇게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