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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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경



중학생 때 생긴 취미가 독서였다. 핸드폰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인터넷이 되는 것도 아니었고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소설을 추천하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전자사전 붐이 일었다. 어학공부에 필수여서 부모님들이 망설임 없이 사주셨던 전자기기였다. 공부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부모님들은 사주셨겠지만 새로운 전자기기로 우리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친구들이 재밌는 소설이라면서 텍스트파일(.txt)을 주었다. 종이책으로 보는 느낌과 조그만 액정 하얀 바탕의 글자를 이불속에 누워 보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5000페이지가 넘는 것을 일주일 만에 읽었다. 재밌는 부분은 반복해서 보기도 했다.

이불 속에 들어가 소설 보던 모습 재연입니다


너무 재밌어서 친구한테 다른 글도 없냐고 했더니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블로그에 들어가 다른 글을 다운로드하였고 내가 읽은 소설을 추천하고 싶어서 내 블로그에 파일을 공유하였다.

너무 재밌어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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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파일은 소설제목만 적혀있고 글쓴이나 출처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애초에 신경 쓸 생각조차 없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 이틀 후 쪽지가 왔다.


올린 파일 소설 작가입니다


작가님은 글을 보고 내 블로그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셨나 보다. 어린 학생이고 하니 당장 글을 내리고 사회단체에 기부한 영수증을 보내면 넘어가겠다고 하셨다.


쪽지 내용에 '고소'란 단어가 들어있었는지 아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건, 가슴이 쿵쾅대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로 놀라고 무서웠던 감정이었다. 쪽지를 보는 순간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리고 블로그 제목과 사진을 '사죄합니다'로 변경하고 모든 글을 비공개하였다.


바꾼 프로필 사진을 설명으로 생성된 사진 Free AI Image Generator & Maker - No login required✨ | AIGAZOU


그 당시 바꾼 프로필 사진도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대체했다. (이미지 또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했다)

이 사실을 부모님이 아시게 되어 혼나는 게 더 무서울 정도로 어리석었던 나는, 처음으로 무통장입금이란 걸 시도했다. 용돈 받는 학생도 아니었기에 가진 돈도 많지 않았고 얼마를 보내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혼자 고민했다. 그러다 만원을 보육센터에 기부했다. 그리고 그 영수증을 쪽지주신 작가님 이메일로 보냈다.

중학생 때 나의 첫 휴대폰, 한 손에 들어오는 이 폰을 부여잡고 며칠을 보냈다


답변을 기다리며 금액이 너무 적으면 얼마를 더 보내야 할까, 부모님이 아시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전전긍긍했다. 그분이 내 전화번호를 알리도 없을 텐데 혹시 몰라 휴대폰을 항상 손에 쥐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고, 문자도 전화도 이메일도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소설 제목을 검색해 작가님 필명을 찾다가 작가님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최근글에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OOO님. 죄송합니다. 블로그에 파일을 올린 학생입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기부영수증 보내드렸는데 확인하셨나요?

새로고침을 계속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쓴 댓글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다른 글에도 똑같이 댓글을 달았다. 또 사라지자 블로그에 댓글을 사용할 수 없다는 팝업창이 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했지만 아마도 작가님이 더 이상 답변하고 싶지 않다는 표현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사건은 넘어가게 되었다.


다음 날 내게 파일을 준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충고했지만 오히려 가십처럼 퍼져 친구 부모님 귀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내 부모님도 그 사실을 알게 되셨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친구도 쪽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관 다르게 부모님은 별말이 없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은 부모님도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셨던 거 같다.


2005년.

프루나, 당나귀, 몽키 3 등 P2P시장이 활성화되며 저작권의 회색지대였던 것이다.


저작권은 친고죄이다. 제삼자가 저작권자에게 침해 사실을 알릴 수는 있지만 고소를 직접 할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신 작가님께 항상 감사한다.




'지식재산능력시험'을 알고 있는가?


2018년에는 유효기간이 2년이었는데 지금은 5년으로 늘어난 만큼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18년 당시 유효기간은 2년이었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저작권, 산업재산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뉜다.


공대생이었던 나는 교내특허경진대회에 매년 참가하였다. 그중 하나는 특허출원심사를 받은 것도 있었다. 심사 후 의견제출통지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특허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비교대상발명과 유사한 점이 있고 아마 의견서를 제출해도 거절이유를 극복할 수 없다고 소견서를 받았다. 그렇게 내 특허출원은 거절되었다. 이렇게 특허권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구체화하고 문서화해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저작권은 별도의 등록 없이 창작과 동시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특허권은 유효기간이 20년인데 저작권은 저작자가 사망 후 70년까지 권리가 보호된다. 왜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보장되며 즉시 권리효력이 생길까?


저작권은 창작자의 표현을 자유롭게 보호해 경제적, 정신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혹시 누군가 내 글을 가져가서 출판을 한다면?
내 창작물로 저작권 등록을 한다면?


분쟁 시 등록된 저작권이 증거로써 유리할 수 있어도 원창작자가 자신이라면 무조건 저작권은 내 것이다.


내 창작물이 무단으로 침해되었다면 침해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출판된 책이라면 출판사에 침해 중지 요청을 하면 된다. 내용증명 우편이나 이메일로 출판 중지 및 피해보상 요구를 할 수 있다.


만약 침해한 자가 거부하고 협의하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로 넘어가야 한다.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 민사소송은 저작권법 제125조 내지 126조를 근거로 손해배상액이 확정된다. 또한 출판이 됐다면 출판 중지 가처분 신청할 수 있다. 형사고소로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포털사이트의 초창기 웹툰들을 보기 시작했다. 나의 학창 시절을 채워준 ≪마음의 소리≫, ≪싸우자, 귀신아≫,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등은 꿈 많고 갈피를 못 잡던 나에게 위로와 무한한 상상력과 웃음을 주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 정기결제를 하며 웹툰을 보고 있다. 창작권의 중요성을, 그날의 경험이 알게 해 줬고 내 인생의 좋은 습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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