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봄

꿈에서 깨어나다

by 유희경



도서관으로 탈출한 지 5일 차의 날


검색을 위해 줄을 섰는데 그날이 주변 고등학교 도서관 탐방 날이었나 보다. 남고생들이 도서관을 채웠는데 앞에 선 학생의 검색기록을 보게 되었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묻고 세계의 지성 100인이 답하다'


삼삼오오 도서관에 모여 앉아 휴대폰을 보며 킥킥 대는 남학생들 사이를 지나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도서관에서 '생각' 키워드로 검색하고 눈에 들어온 책이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이었다.



10대 소년과 30대 여성의 삶의 물음에 동질감을 느꼈다.




나도 안다.


늦었다!


결혼 적령기도 지났다.


취업도 늦었다!


하지만 전혀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지지 않았다.


왜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먹기가 중요한 것이다.


그 이유를 대보겠다.


대학생 때 청년창업이 장려되면서 그 기회로 창업 네트워킹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땅'이란 서비스를 하는 창업자분들을 만났다.


형제가 함께 대학가에서 배터리 충전 서비스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그 당시 휴대폰이 아이폰이었기에 배터리가 일체형이라서 교체 서비스에 크게 편의성을 느끼지 못했다. 실제로 그 이후 삼성, 엘지도 배터리 일체형으로 바뀌게 되면서 2015년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지게 되었다.


창업에 큰 뜻이 있던 것은 아니었고 경험이라 생각하고 그 자리에 임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시간에 사람들은 22살의 나이를 듣고는 '오-' 하며 이른 나이에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열정이라 응원하였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를 보면서도 알겠지만 나이는 나이테일 뿐.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는 걸.


시간이 흘러 '스푼라디오' 광고가 인터넷에 자주 떴었다. 알고 보니 스푼라디오의 창업자가 과거에 '만땅'의 창업자인 걸 알게 되었다. 외부요인으로 창업이 좌절되고도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이 분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란 sns가 등장하고 우후죽순으로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나는 상황이었기에 '창업 진짜 어렵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지나갔던 거 같다.


그렇게 24년에는 '비글로'라는 새 플랫폼을 론칭했다고 하는데 13년에 만난 그분은 아직도 본인의 길을 걸어가고 계신단 거다.


내가 주저한 이유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목적 없이 나를 놓아버린 데에 있는 것이다.




지금 서른 살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나와 같은 30대 친구들이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책 p41의 '지금 서른 살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는 왜 나를 놓아버렸는가?

어찌하여 현실도피가 시작되고 무기력해졌는지 알아야 했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발달과정을 나눌 때 아동기, 사춘기, 초기 성인기, 중년기, 갱년기, 노년기로 나눈다.


20~40세까지가 초기 성인기라 한다.


30대.


20대는 청춘과 젊음의 대명사인데 30대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다. 30대는 20대에서 40대 중년기로 가는 과정인 것이다. 사람의 인생주기를 보자면 20대 후반에는 직장에서 자리 잡고 결혼준비를 하거나 이미 결혼하고 출산도 한 시점이었다. 그렇다. 30대는 가정을 꾸리고 육아에 전념하는 나이인 것이다.


책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고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중간 세계가 필요하다 했다. 이 중간 세계를 정신분석학에서 '이행기'라고 부른다 한다.


자신과 부모가 서로 독립된 존재를 인식하고 실질적 어른이 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한데 현대의 20대는 이런 시행착오의 과정보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다 보니 이 시기를 책상 앞에서 보내고 맞이한 서른 살에게 어른의 세계에 들어선 순간 불안만이 찾아온다.


어떤 일이던 무작정 부딪쳐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부족한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몸소 느껴야 하는데 큰 목표를 세우고 학창 시절의 연장선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 영어공부를 하는 것. 시험을 준비하는 것.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일에 연관이 된다고 믿고 책상에 앉아 수행해야 하는 것.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과거 10대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 스스로 만들어 낸 5년의 공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내 청소년기를 돌아보니 원인이 차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것은 그저 나의 무기력의 시발점뿐만 아니라 어쩌면 내 인생 전체의 실마리를 풀 열쇠였다.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눈다면?


한 계절을 20년으로 잡는다면 나는 한여름 속에 있다.


그 속에서 나는 봄을 기억하며 한여름밤에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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